[서울=뉴시스]김환기, 김마태 박사의 거실에서, 뉴욕, 1972년 (‘우주’ 앞에서 촬영)ⓒ환기재단·환기미술관, 이미지 제공 ‘크리스티 코리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 김환기 화백과 천경자 화백 작품 등 총 100억원대 상당의 그림 8점을 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1심에서 각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인진섭 판사는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수행비서 황모씨(55)와 가사도우미 임모씨(65)에게 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황씨 등은 지난 2018년 11월 김 화백 작품 등을 보유하고 있던 대학 교수 A씨가 췌장암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A씨의 제자 김모씨와 공모해 김환기의 1973년작 '산울림' 등 총 8점의 그림을 몰래 반출해 매매하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황씨는 A씨의 수행비서로, 임씨는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김씨는 40여년 제자로 사업이 악화되자 A교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A교수는 2018년 12월 췌장암으로 사망했고 유족들은 작품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이 빼돌린 그림의 감정가는 총 109억원이었다. 이 중 '산울림'은 감정가 55억원이었지만, B씨는 이를 39억500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산울림'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한편 판매한 금원 중 황씨는 2억7000만원, 그림을 나르는 데 도움을 준 B씨는 1억3000만원을 나눠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금원을 챙긴 김씨는 일부 금액으로 서울 잠실에 있는 20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인 판사는 "황씨 등과 피해자의 관계 및 피해 정도 등에 비춰 그 죄책이 무겁고 죄질 또한 매우 불량하다"며 "황씨 등이 이사건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범행은 이뤄질 수 없었던 바 황씨 등의 역할 정도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군다나 김씨가 감정가 55억원 상당의 그림 한 점(산울림)을 처분해 그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보면 황씨 등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씨에 대해 "그림 절취행위를 직접 실행해 보관하고 있었고 2억7000만원을 취득해 개인 채무변제 및 생활비 등으로 소비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나머지 그림 7점을 피해자에게 반환했고 수사기관에 자수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면서 "피해 회복 및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측이 선처를 탄원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씨에 대해서는 "1억3000만원을 취득했고 피해 회복 및 용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피해자 측이 엄벌을 탄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범들에 비해 범행 가담 정도가 비교적 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검찰과 김씨가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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