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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오피스텔서 따로 산다" 전세품귀가 낳은 '新이산가족' [현장르포]

수도권 전세대란 확산
학군 좋은 지역 '부르는 게 값'
주거용 오피스텔은 매물 실종
학부모들 상가주택까지 기웃
전문가들 "추석후 더 심해질것"

"애들은 오피스텔서 따로 산다" 전세품귀가 낳은 '新이산가족' [현장르포]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소 매물 정보란이 전월세값 폭등 및 전월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아파트 전세요? 빌라 전세도 없고 월세 매물도 씨가 말랐어요. 전월세 못구한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이라도 계약해 자녀만 살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산가족이 따로 없죠."(서울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대표)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매물을 찾아 떠도는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임대차 수요가 끊이지 않는 서울 주요 학군지에서는 아파트 전세 매물을 기다리다 지친 학부모들이 오피스텔이나 상가주택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새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되면 학군지 아파트 전셋값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길면 2년 뒤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할 정도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고가아파트 밀집 지역인 서울 대치동 중개업소 일대는 썰렁했다. 한때 매물정보로 가득 차 있던 중개업소 벽면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28개동, 4424세대에 달하는 은마아파트에 전세 매물이 단 한개도 없다"며 "월세도 매물로 나온 지 1시간 만에 계약됐다"고 전했다.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다른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치현대(8개동 630가구), 대치효성(1개동 83가구), 세영팔레스타운(1개동 67가구)은 전 평형에서 전세 매물이 전무했다. 대치우성에쉐르 등 빌라 매물까지 씨가 말랐다.

마음이 급한 학부모들은 고액의 월세 매물이라도 붙잡는 실정이다.

대치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 전용 76㎡의 전세 4억8000만원에 살던 세입자가 집주인이 전세계약이 끝나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 전세 매물을 급하게 찾았다"며 "빌라 매물도 못구하니 어쩔 수 없이 같은 평수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90만원짜리 월세 매물을 부랴부랴 계약했다"고 전했다. 그는 "겨울 이사철이 되면 학군지 전셋값은 더 오르니 월세 매물이라도 잡자는 절박감에 빨리 계약한 것"이라며 "겨울이 되면 학군지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녀만이라도 등하교할 수 있도록 오피스텔 전세매물을 계약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오피스텔은 주거용만 학군 인정이 되다 보니 이마저도 매물 품귀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상가주택까지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동 C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 명문학군인 평촌중 또는 귀인중을 보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에 전월세 매물이 전혀 없다"며 "평촌 먹거리촌에 있는 상가주택가에 전세 매물이 딱 2개 있는데 이마저도 금방 나갈 것 같아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귀띔했다.


중개업 현장과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전세 품귀와 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D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에 눌러앉게 되면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매물이 없으니 비싸게 내놔도 계약이 되면 바로 시세가 되고, 호가가 다시 한번 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재계약에 나서는 세입자가 급증하면서 전세 품귀가 심해지고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전세 종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조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