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빅히트, 상장 첫날 주가 ‘다이너마이트’ 불발

빅히트, 상장 첫날 주가 ‘다이너마이트’ 불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에서 기념북을 치고 있다. 2020.10.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코스피 시장에서도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릴 것으로 기대됐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가 형성 후 상한가)에 실패, 시초가 아래로 내려갔다.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를 책정했다는 우려와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예상보다 빨리 나왔고 BTS(방탄소년단) 단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빅히트는 15일 시초 27만원 대비 1만2000원(-4.44%)하락한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8조7323억원으로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33위를 기록했다.

이날 빅히트는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공모가 13만5000원의 2배인 27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가격 제한 폭인 35만1000원에 도달하며 '따상'에 성공했다. 시가총액도 단숨에 12조5000억원으로 불어 LG에 이어 시총 순위 27위를 기록하며 시총 12조1000억원인 삼성생명을 제쳤다.

하지만 오전 9시 30분께부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락세 속에서도 오전까지 30만원대를 유지하다가 오후 들어 매도세가 커지면서 시초가 대비 하락한 2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장 마감 직전 물량이 쏟아지면서 26만원 선도 무너지고 25만원대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13만5000원 대비 11만85000원 높은 금액에 마감했다. 그러나 증권 업계에서는 빅히트가 하반기 기업공모(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빅히트가 기존 엔터주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IT기업,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 받으면서 공모주 시장의 흥행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에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아무리 BTS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세계적인 그룹으로 도약했으나 시장에서의 평가는 냉정했다. 투자자들은 빅히트 실적 대비 공모가가 고평가 됐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가 ‘따상’에 성공했을 때 시가총액은 12조원이다. 이는 삼성생명, SK바이오팜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90배에 달해 과도하다는 평가다. 2021년 예상 순이익과 2022년 예상 순이익에 주가수익비율(PER) 60.2배를 적용했을 때의 목표주가인 21만2000원이 적당하다는 분석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황기 엔터 평균 PER 30배에 위버스 플랫폼과 커머셜 판매 등까지 반영해 PER 50배를 적용할 경우 목표주가가 26만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따상’ 실패의 이유로 보인다.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고점에 물린 경험이 있거나 이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이후 한 달 만에 시초가 이하로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빅히트에 청약한 30대 김모씨는 “1억원 이상의 청약 증거금을 넣었음에도 배정받는 주식수는 2주에 불과해 기대만큼 수익이 크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래도 공모주 청약을 하는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 실현에 목적이 있고 카카오게임즈를 경험하면서 공모주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자들 역시 3040세대가 주를 이룬 점도 단기간 매물이 쏟아진 이유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에 따르면 40대 투자자가 26.94%로 가장 많았으며 30대가 25.12%로 그뒤를 이었다. 50대는 22.17%, 60대 이상은 17.81%였다. 3040세대가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했다.

이날 거래량도 649만4249주로 손바뀜이 빠르게 이뤄졌다.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빅히트의 주식수는 670만주로, 전체 상장 주식의 19.8% 가량었다. 최근 상장한 SK바이오팜의 경우 전체 상장 주식의 13.06%가 당일 유통 가능했고, 카카오게임즈는 20.51%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엔터주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엔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외부 환경 변수와 특정 소속 연예인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너무 높고 루머 등에 민감한 투자심리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히트도 BTS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반영된 것"이라며 "실제 80%에 달하는 매출이 BTS라는 단일그룹에서 발생하고 있고 아티스트와의 계약 문제, 평판 하락,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 미디어 환경 변화, 이용자 취향 변화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