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가족기업으로 평가받는 미원상사그룹이 3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김정돈 회장의 장남인 김태준씨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장녀인 김소영씨가 실질적으로 보유한 비상장사가 핵심 계열사인 미원상사의 지분을 늘리고 있어 계열분리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인 미성종합물산은 최근 장내매수 등을 통해 미원상사 지분을 사들였다. 미성종합물산의 미원상사 보유지분은 지난 1월 11.01%였으나 이달 13일 기준 15.17%로 늘었다.
미원상사그룹의 계열사인 미성종합물산은 김소영씨가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보면 미성종합물산의 주요주주는 미성통상(21.3%)과 김정돈 회장의 모친인 윤봉화씨(20%)로 등재됐으나 이듬해 감사보고서부터 김소영 및 특수관계자가 98.7%를 보유한 것으로 변동됐다.
미원상사그룹은 앞서 미원상사에서 분사한 미원스페셜티케미칼(옛 미원에스씨)에 대한 인적분할을 단행해 중간주지사인 미원홀딩스를 2017년 5월 신설한 뒤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왔다.
오너일가 3세인 김태준씨는 인적분할 직후 보유한 미원홀딩스 지분은 2.56%에 불과했으나 김정돈 회장과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14.83%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정황상 미원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지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원홀딩스는 지주사 전환의 핵심 계열사인 미원상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데다 오히려 미원상사가 미원홀딩스의 지분 14.28%를 보유중이다. 승계 대상인 김태준씨도 미원상사 보유지분은 없다.
여기에 김태준씨와 남매 사이인 김소영씨의 미성종합물산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성종합물산이 지속적으로 미원상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면 남매간 계열분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성종합물산-미원상사는 김소영씨가 가져가는 시나리오다. 현재 김소영씨는 현재 그룹 내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남편인 강신우씨가 지난해부터 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와 별개로 계열사인 미화물류의 미원홀딩스에 대한 지배력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미화물류의 미원홀딩스 보유지분은 2018년 1월만 해도 1.76%에 불과했으나 현재 7.46%까지 늘렸다. 김 회장이 미화물류 보유지분을 김태준씨에게 넘긴다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인적분할과 지분교환 등을 통해 미원홀딩스-미원스페셜티케미칼, 동남합성 체제의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미원상사 관계자는 "미성종합물산의 회사 지분율 확대는 김소영씨의 경영참여 목적은 아니다"면서도 "지분율을 늘리는 취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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