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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주사 전환때 25조 추가비용… 20만개 일자리 사라져 [공정경제3법 눈앞, 위기의 기업들]

<3> 지주사 지분율 강화
삼성 작년 R&D 투자비용 웃돌아
상장사 16곳 지주사 전환엔 30조
고용·투자 등 경영활동 포기할 판
중소·중견, 지주사 설립 물건너가

삼성, 지주사 전환때 25조 추가비용… 20만개 일자리 사라져 [공정경제3법 눈앞, 위기의 기업들]
연내 입법을 앞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이 지주사를 설립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분 매입에 25조원이 추가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으로 불렸던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금액 9조2727억원을 훨씬 웃도는 대규모 자금을 지주사 체제 개편에만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면 기업 입장에선 고용, 투자 등 미래경영 활동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투자한 연구개발(R&D)비는 20조2076억원 수준이다. 재계는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25조원을 투자하면 약 19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16개사 지주사 전환 시 30조 필요


20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경제3법'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가 현실화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4개 중 아직 지주사 전환 전인 16개사가 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가정할 때, 지분 확보에 약 30조1000억원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25조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자동차는 187억원, 포스코는 2조853억원, 케이티앤지는 1조3789억원, 신세계는 1155억원을 지분율 확대를 위해 써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30조원 투자 시 24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새로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경우에 한해 의무지분율 기준을 10%포인트씩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까지 내부 지분율을 더 끌어모아야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비용 증가로 그동안 순환출자 해소와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장려됐던 지주회사 설립 자체가 쉽지 않게 돼버렸다.

개정안상 일감몰아주기 대상 확대도 기업 목을 옥죄는 조항으로 거론된다.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총수일가가 2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통일했다. 이들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가진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총 519개사로, 지난해 기준 186개사의 2.7배 확대됐다.

하지만 계열사 간 거래는 대부분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 거래 안정성을 위한 정상적 활동으로,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는 무관하다는 게 기업들 설명이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거래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건전 경영 활동을 '일감 몰아주기'식의 부정적 용어로 낙인찍었다"며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 간 M&A로 인한 산업 내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 치명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반 지주사의 77.3%는 중소·중견 지주회사(126개)로, 대다수는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기업이다. 이미 지주사 자산총액 기준이 강화된 상황에서 지분율 규제가 더해지면 중소·중견기업들의 지주사 설립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은 경성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재무·법무팀이 없거나 대형 로펌 선임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경쟁사업자와 시민단체 등의 마구잡이식 검찰 고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2015년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 피신고인 중 중소·중견 기업 비율은 85.1%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320곳 중 75%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감사원, 조달청 등 다른 행정기관의 고발 요청 시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요청권' 제도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