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국내최대 M&A
도시바 메모리 이어 '통큰 베팅'
2025년까지 中다롄 공장·IP 인수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톱2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빅딜에 승부수를 띄웠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전체를 인수키로 하면서 인수합병(M&A) 역사에 또 한번 신기원을 썼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단숨에 시장 2위 업체로 도약, D램에 이어 낸드 사업분야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 '메모리반도체 코리아'의 새 시대를 열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전체를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20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했을 당시 80억달러(약 9조원)를 뛰어넘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다.
인수 대상은 중국 다롄 공장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지식재산(IP) 및 인력 등으로, 해외 신설 예정인 SK하이닉스의 자회사를 통해 이전된다. 이번 인수에서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분야인 옵테인사업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이닉스 측은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SD 솔루션 역량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메모리 반도체 사업군 간 균형 확보 및 낸드 경쟁력 강화 등을 인수 배경으로 꼽았다.
양수 기준일은 오는 2025년 3월 15일이다. 2021년 말로 예상되는 1차 계약 시점에 8조192억원(70억달러)을 지급하고, 잔액인 2조2912억원(20억달러)은 2차 계약 예상 시점인 2025년 3월에 지급하기로 했다. 1차 시점에 회사는 각국 정부의 규제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의 메모리 공장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하며 웨이퍼 설계와 관련 IP를 보유한다. 인수대금은 보유한 현금과 차입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3조9182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의 조 단위 반도체 빅딜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4조원을 베팅했다.
도시바 지분 인수 당시에는 최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계약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하이닉스를 비롯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SK머티리얼즈, 반도체 웨이퍼 전문업체 SK실트론 등을 차례로 사들이면서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해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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