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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징크스' 날린 이소미 "조바심 버리니 우승 따라왔어요"

'2등 징크스' 날린 이소미 "조바심 버리니 우승 따라왔어요"
25일 전남 영암군 사우스링스CC에서 열린 KLPGA투어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데뷔 2년만에 생애 첫승을 거둔 이소미가 동료들로부터 축하 꽃 세례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 KLPGA 제공

'준우승 전문' 이소미(21·SBI저축은행)가 마침내 챔피언조 출발 7번째 대회 만에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지난 25일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설대회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다. 2019년 투어에 데뷔해 40개 대회 만에 맛보는 우승이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소미는 지난해 상금랭킹 14위(4억3088만원), 평균타수 9위(71.35타), 신인상 포인트 4위로 루키 시즌을 보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나무랄 데가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이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챔피언조로 출발한 세 차례 대회서 마지막날 부진으로 죄다 우승 기회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그 징크스는 이어졌다. 비씨카드 한경레이디스컵, 팬텀 클래식,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등 앞선 3개 대회서 마지막날 챔피언조로 티오프했으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에게는 '새가슴'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이소미는 처음부터 '유리 멘탈' 선수는 아니었다. 2016년 한국여자골프 스타 등용문인 제10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연장 10차전까지가는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그 방증이다. 그랬던 그가 이른바 '최종전 트라우마'에 빠진 것은 지난해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일찌감치 찾아온 생애 첫승 기회를 날리면서다. 대회 마지막날 18번홀에서 1m짜리 퍼트 실패가 화근이었다.

이유는 또 있다. 국가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경쟁자들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찾아온 조바심이다. 자신보다 한 해 먼저 투어에 진출한 최혜진(21·롯데)은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고 입문 동기이자 후배인 조아연(20·볼빅), 임희정(20·한화큐셀),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 등도 승승장구했다.

이소미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데뷔 동기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나도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더욱 혹독한 연습을 했다. 지난해 겨울 스승인 한연희 프로와 함께 약점인 쇼트 게임과 퍼트를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그 효과는 있었다. 단지 우승만 없었을 뿐 마지막날 3차례나 챔피언조에서 경기했을 정도로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생각의 차이였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챔피언조로 나섰던 앞선 6차례 대회는 조바심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부정적 생각을 최대한 줄이고 한홀 한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면서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소미는 이번 우승으로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자신감도 충만해 있다. 그는 "나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전에는 '내가 우승할 수 있나' '이게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생각을 했다.
패배도 경험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곤 했다"면서 "남은 시즌 욕심을 부린다면 1승을 추가하고 싶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여자 최경주'를 꿈꾸는 이소미는 내친김에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에서 열리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타깃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