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부산 해운대 우동에 위치한 거제2 구역 한 재개발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서 일반분양자 당첨자들이 정당계약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기자 촬영
【파이낸셜뉴스 부산】 부산 연제구 한 재개발 아파트가 계약서를 볼모로 설계변경 동의서를 강압적으로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 부산 연제구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거제2 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측이 일반분양 당첨자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도 없이 설계변경 동의서를 강요해 당첨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해당 재개발 아파트는 올해 부산 분양 단지 아파트 중 최대어로 꼽히며 역대 최다인 19만 명이 몰려들었다. 전체 4470세대 가운데 조합원 분양분을 뺀 일반분양 물량은 2759세대로, 지난 28일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일반분양 당첨자들이 정당계약을 하는 첫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10시 해운대 우동 견본주택을 찾은 일부 당첨자들은 계약서도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행사 측이 사전 설명도 없이 설계변경 동의서를 내밀며 서명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첨자들에게 ‘어느 사업장이나 사소한 설계 변경은 다 있고, 입주민들에게 득이 될 것’이라며,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계약을 할 수 없다며 반강제적으로 동의서를 강요했다.
또 일부 당첨자는 동의서 작성을 계속 거부하자 ‘계약서 보증증’이라는 황당한 서류를 발급받고 집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첨자들이 모인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과 네이버 카페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비난을 샀다.
이날 현장을 찾은 당첨자들은 사전에 일체의 설명도 없이 이러한 동의서를 받아내려는 것은 절차상의 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설계변경 동의서에는 지하 주변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표기와 펌프실, 저수조 시설을 삭제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설계 변경은 분양 계약자의 80% 이상 동의를 받으면 진행할 수 있다.
이같이 실랑이가 지속되자 당첨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들은 연제구청과 지역 국회의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한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결국 사태는 연제구에서 당첨자와 시행사 측 사이 중재에 나선 뒤에야 일단락 났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전날 다수 민원이 제기된 게 사실이다. 당첨자의 재산상 중요한 부분이므로, 동의서와는 상관없이 본인 의사대로 계약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당첨자가 모인 입주예정자협의회(가칭) 한 관계자는 “이 날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약을 하는 아주 뜻깊은 날"이라며 "그런데 조합 측은 이러한 심정도 모른 채 계약서를 볼모로 우리를 협박해 동의서를 받아 내려고만 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사전 설명도 없이 동의서를 받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불법 계약이다. 강력히 대응하겠다”라며, 시행사 측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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