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KT와 키움의 ‘신의 한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KT와 키움의 ‘신의 한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지난 8일 전격 해임당한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가운데). /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31일 막을 내렸다. 2020시즌은 코로나 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최종일 직전까지 2~5위 팀의 순위가 결정되지 않는 긴장상태가 이어져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순위는 30일에야 가려졌다.

1일부터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4위 LG와 5위 키움이 와일드카드 경기를 벌인다. 훗날 2020시즌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 19와 함께 10월 8일과 26일 두 날짜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나?

키움은 지난 8일 손혁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이날 현재 3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얼토당토않은 구실이었다. 그 이면에 허민 키움 이사회 의장의 난폭 운행이 자리하고 있음은 이제 천하가 다 알게 됐다.

이 날 현재 3위에 올라 있던 키움은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3위와 5위 차이는 엄청나다. 5위 팀이 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려면 4위 팀과의 와일드카드 경기를 두 번 모두 이겨야 한다. 그래야 3위 팀을 만날 자격이 주어진다.

키움은 9월 13일까지만 해도 2위에 있었다. 1위 NC와 승차 없는 2위였다. 키움 창단 첫 우승이라는 말이 야구계 주변에 쏠쏠 흘러 나왔다. 1위 NC가 오히려 힘이 빠져 보였다. 페넌트레이스는 늘 막판 스퍼트에 강한 팀이 좋은 결과를 내왔다.

그런데 키움은 9월 중순 들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9월 15일 롯데전 패배이후 약 한 달간 10승 15패로 뒷걸음쳤다. 그 사이 순위는 조금씩 내려갔다. 9월 29일 KIA에 패해 3위로 쳐졌다.

손혁 감독을 해임시킨 다음 날 한화에 역전패를 허용 4위로 내려앉았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고 그럭저럭 버텨 갔다. 그런데 30일 두산전서 요키시를 내고도 0-2로 패해 5위까지 곤두박질쳤다. 4위와 5위는 또 다르다. 성적 부진으로 감독을 바꾼 팀의 성적이 더 나빠진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돼야 하나.

손혁 감독이 해임되던 날 KT는 2위였다. 17경기를 남겨두고 3위 키움과는 1경기, 4위 2경기, 5위 두산과는 3경기 차였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치열한 종반 레이스였다. 그런 승부처에서 키움은 기수를 갈았다. KT는 어땠을까?

KT는 16일 SK에 패해 5위까지 추락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KT가 빼내든 카드는 감독 재신임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아직 일 년이 더 남았다.

KT와 키움의 ‘신의 한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3년 간 더 팀을 이끌게 된 이강철 KT 위즈 감독. /사진=뉴스1


KT는 26일 이강철 감독과 3년 총액 20억 원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남은 감독과 재계약한 것은 염경엽(2014년· 당시 넥센) 지난 해 이동욱 NC 감독 이후 세 번째다. 그만큼 희귀한 경우다.

총액 20억 원은 2017년 KIA를 우승으로 이끈 김기태 감독과 함께 역대 5위에 해당한다. 후한 대우다. 이후 KT 위즈의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26일 현재 KT는 3위였다. 2위 LG 4위 키움과는 각각 0.5경기차.

결국 KT는 2위로 최종 골인 선을 통과했다. KT의 감독 재신임과 키움의 감독 해임은 훗날 각각 ‘신의 한수’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KT의 신은 선(善)한 신, 키움의 신은 악(惡)한 신으로.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