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상좌담 대한민국 벤처투자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에도 3분기 벤처투자 1조 넘어
文정부 활성화 대책에 양적 성장 이뤘지만
전체적인 벤처 생태계는 완성되지 않아
스타트업 안정적 경영권과 투자 유치 위해
당정 추진중인 '복수의결권' 반드시 도입
지식재산권 창출 수익에 법인세 감면도 필요
바이오에 집중된 창업 분야 다양화하려면
정부,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나서고
선허용 후규제 원칙으로 '도전' 쉽게 해줘야
"선허용·후규제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혁신적인 벤처도전을 장려하고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표 혁신벤처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문재인정부의 벤처기업과 창업에 대한 육성은 100점 만점에 110점이다.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기존의 서비스들이 바뀌어가고 있으며 기성기업들의 대처는 점점 느려진다. 스타트업의 속도감 있는 대처만이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화성 액셀러레이터 투자기업 씨엔티테크 대표
대한민국 벤처창업 열풍이 불며 바야흐로 제2의 벤처붐이 일고 있다. 대학가는 취업 대신 벤처창업에, 은퇴자 역시 벤처창업으로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벤처투자를 위한 자금이 줄을 이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벤처투자액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가 벤처창업의 산실인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대한민국의 벤처투자 앞날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짚어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내내 감소세를 보이던 벤처투자가 3·4분기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며 벤처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3·4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1조1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기 대비로는 34.8%, 전년동기 대비로는 6%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투자 대상기업 발굴 활동이 활기를 되찾은 영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제2 벤처붐은 초기단계로 정책지원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벤처창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제2의 벤처붐' 표현이 등장했지만 시기에 대해 논란이 많다.
▲안건준 회장=진정한 제2 벤처붐은 몇 가지가 잘된다고 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 생태계가 완성돼야 비로소 달성 가능하다. 또한 현재는 제1 벤처붐과 같이 급속도로 벤처붐이 올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스타트업벤처, 스케일업벤처, 유니콘레벨벤처 등 여러 스펙트럼의 벤처생태계가 존재한다. 아울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첨단 비즈니스 구조와 전통적 비즈니스 구조의 생태계가 혼재돼 있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관찰해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열정적 기업활동이 매칭될 때 제2 벤처붐은 현실화될 것이다.
▲정성인 회장=과거 1차 벤처붐을 겪어본 당사자로서는 개인적으로 아직 제2 벤처붐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1차 벤처붐의 절정기인 2000년 코스닥지수 최고치는 2840이었다. 그런데 그때와 비교하면 20년이 지난 지금의 코스닥지수는 80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최근 3년간 저점인 500대에 비해선 오른 수치이지만 아직도 버블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전화성 대표=제2의 붐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씨엔티테크는 지난해 34개에 이어 올해 10월 현재까지 50개에 투자했다. 이 부분은 투자예산만 늘려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그만큼 피투자기업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복수의결권이 도입이 될 것으로 보나.
▲안 회장=이 제도가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벤처기업이 스케일업 시기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유치할 수 있다. 스케일업과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정 회장=창업 초기에 다소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금을 유치함에 따라 창업자의 지분율이 계속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창업가가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거나 창업가 정신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단계에서 복수의결권이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에서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 대표=복수의결권은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와 투자유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경영권을 뺏길까 투자유치를 꺼리는 경우가 꽤 된다. 실제 벤처 1세대 시기에는 투자자들에게 경영권을 뺏기는 상황도 많았다. 그러므로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는 이점이 많다. 하지만 단점은 복수의결권을 통해 대표이사의 독단적 경영도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제 프로세스를 같이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창업주가 경영권 박탈에 대한 우려 없이 적극적인 투자유치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한다. 앞으로 공청회에서 논의된 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수의결권 외에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벤처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안 회장=맞는 이야기다. 우선 벤처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 전면 확대 시행이다. 현재 창업 후 3년 이내에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에 한해 법인세(소득세) 50% 감면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허박스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특허박스는 지식재산권(IP)에 의해 창출된 순이익에 대해 높은 법인세율이 아닌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7.5%로 OECD(평균 23.5%) 37개국 중 10번째로 높아 제도 도입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벤처나라 등 혁신조달 시장 활성화도 필요하다. 벤처나라의 구매목표비율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 기술제품 구매금액의 10%까지 확대한다면 혁신조달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정 회장=벤처업계 활성화를 위해 VC 입장에서는 민간부문의 자금이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벤처조합(펀드) 출자금에 대한 다양한 세제지원, 둘째, 인력교육, 데이터화 등 장기적 벤처투자 인프라 개선을 위한 자금지원 등이다. 마지막으로 벤처생태계 최종 단계인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
▲전 대표=초기단계 투자인 액셀러레이터 업계 입장에서는 투자조합 해산 시 회수하지 못한 주식에 대한 구주거래 지원 등의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여기에 액셀러레이터 전용 모태펀드 확대도 필요하다. 또한 벤처투자가 서울 강남 등 일부에 국한된 것을 확대해 서울 서북부 스타트업 및 투자기관 유치도 확대돼야 한다.
▲박 혁신관=중기부의 정책목표는 복수의결권 도입과 같이 벤처기업들이 유니콘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들에 귀를 기울여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조력하겠다.
―우리나라 벤처창업이 일부 바이오에 집중된다는 지적이 있다.
▲안 회장=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성장산업으로 떠올랐기에 바이오업종에 투자·지원 등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앞으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경제 활성화로 인해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벤처가 관심을 받고 있고 있다. 제조기반 스타트업·벤처는 상대적으로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시장에서 매출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매우 효과적이다. 앞으로 국가경제 기여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정 회장=벤처투자는 기존 시장을 대체할 만한 미래의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자본이다. 따라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산업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 즉 미래 신성장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역산업 등 해당 부문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체에서 30~40%에 달하는 바이오 부문 벤처투자는 2000년 IT버블 시기에 IT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70~80%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결코 왜곡된 비중이라고 볼 수 없다.
▲전 대표=극초기투자는 연구진을 보고 투자하는 바이오가 안정적이고 관리 이슈가 적다. 따라서 투자금이 모이기 쉽다. 이 부분은 투자자들의 투자정신과 연결된다. 도전적 투자자들이 더 등장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벤처정책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안 회장=벤처기업의 경영성과와 벤처투자 확대 등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의 스케일업 육성과 민간투자 활성화, 우수인재 유입 등 질적 성장은 아쉬움이 많다. 규제가 혁신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더욱 다듬고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는지, 무엇이 이슈가 되고 있고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선허용·후규제 원칙을 적용해 혁신적 벤처도전을 장려하고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표 혁신벤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 회장=맞다. 벤처투자는 경제위기 속에서 미래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성장동력 산업분야에 대한 선투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존 산업과 융복합해 혁신을 이루게끔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어서 다행이다. 최근의 창업열풍 등 벤처산업 확대에 따른 일시적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 벤처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벤처투자, 회수 그리고 재투자의 고리가 선순환돼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전 대표=공유경제가 스마트기기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들이 바뀌어가고, 기성기업들의 대처는 점점 느려진다. 스타트업의 속도감 있는 대처만이 국가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