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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3D 증강현실로 되살아난 청주 담배제조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권민호 '회색 숨'展

[이 전시] 3D 증강현실로 되살아난 청주 담배제조창
권민호 '회색 숨' 애니메이션 (2020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마도 50~60년 전 이곳 담배제조창의 공장 굴뚝은 매일같이 희뿌연 숨을 공기 중에 내뱉었을 거다. 공장의 밖으로 잠시 나와 한숨을 돌리던 노동자들의 희뿌연 숨, 도시 곳곳에서 답답한 속내를 실어 밖으로 내뱉는 하얀 담배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을 청주 담배제조창은 이제 미술관이 됐다. 지금은 작품을 보러 오는 발길만이 간간이 이어지는 장소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매일 고된 삶을 살아내는 노동자들로 바글바글한 삶의 현장, 일터였다. 세월이 흐르며 이곳을 오갔던 이들은 어디론가 흩어졌지만 앞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를 추억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일러스트레이터 권민호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과거를 건축 도면 위에 펼쳐내는 방식으로 되살렸다. 방식은 늘 그가 해왔던 그대로지만 이를 통해 역사를 새롭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새롭다. 건축 도면 위에 사진을 콜라주하고 연필과 목탄으로 그려낸 뒤 스캔 작업을 해 다시 수정을 거치고 출력한 뒤 앞의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를 통해 과거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를 압축적으로 표상한다. 선과 숫자로 가득했던 도면의 틈틈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 물건의 이미지가 빼곡히 채워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드로잉 '회색숨'이 세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

[이 전시] 3D 증강현실로 되살아난 청주 담배제조창
권민호 '회색 숨' (2020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전시] 3D 증강현실로 되살아난 청주 담배제조창
권민호 '회색 숨'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드로잉을 실크스크린으로 동판에 인쇄한 작품 옆에 영상으로 구현한 작업이 청주관 로비에 나란히 놓였고 미술관 외벽에 작품의 일부를 크게 인쇄해 붙였다. 미술관 밖 광장으로 나가서 이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의 어플리케이션 카메라로 비추면 3D 증강현실 콘텐츠로 바뀌는데 과거 이 담배제조창이 분주히 담배를 만들어내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청주 시내 유명 간판이 스치고 이곳을 오갔던 기차와 비행기가 시대별로 등장하는데 장관이다. 전시는 14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