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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시청자 웃기고 울린 희로애락의 순간들

‘산후조리원’ 시청자 웃기고 울린 희로애락의 순간들
산후조리원 /사진=tvN

[파이낸셜뉴스] ‘산후조리원’의 리얼한 출산 과정에 담긴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웃음과 공감, 위로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에 대한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출산과 산후조리에 대한 순도 100%의 ‘찐’ 스토리는 폭풍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며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엄마도 서툴 수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2회 방송은 전 채널을 포함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자리를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산후조리원’ 속 희로애락이 담긴 순간들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장면들을 골라봤다.

■출산 과정에서 마주한 굴욕과 고통의 순간들

회사에서 최연소 상무로 인정받고 있던 현진(엄지원 분)은 양수가 터진 순간에도 침착 했다. 스스로 119에 전화를 걸어 병원에 도착한 후에도 흐트러짐 없었지만, 점점 진통이 심해지면서 그녀가 마주한 실전 출산의 첫 번째 모습은 바로 ‘굴욕기’였다. 분만 전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인 ‘관장’을 간호사 말대로 10분 정도는 가뿐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현진은 화장실로 직행할 수 밖에 없었고, 곧바로 들려오는 우렁찬 사운드에 깜짝 놀라며 “뭐야, 괜찮아? 자기 넘어졌어?”라고 아내를 걱정 하는 남편 도윤(윤박 분)의 반응은 코미디 그 자체였다. 10분을 채우지 못한 것을 불안해 한 현진이 간호사에게 “저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간절함이 느껴진 표정과 눈빛이 몰입을 더욱 배가 시켰다.

이어 출산이 점점 다가오면서 극강의 진통을 느끼게 된 현진은 계속해서 무통 주사를 달라고 울부짖었다. 그 와중에 의사 선생님들의 내진이 진행되자 이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현진이 “컨퍼런스 열었냐? 무통 가져오라고!” 외치는 장면은 속 시원해지는 사이다 매력을 선사했다.

특히 고통에 짐승이 된 듯한 그녀의 포효는 수많은 출산 경험자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거침 없는 그녀의 대사는 다른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뜨리며 초토화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출산 과정에서 그려진 에피소드들은 실제 경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다고 할 정도의 리얼함을 자랑해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싹쓸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으로 꼽힌다.

■엄지원이 무표정 쌈바 댄스를 추는 이유

무사히 딱풀이를 출산한 현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말라버린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물을 달라고 말해보지만 딱풀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시부모님과 도윤은 장손이 태어난 기쁨에 한껏 취해 있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삼바 음악 소리에 맞춰 어디선가 등장한 삼바 댄서들. 그리고 의사, 간호사, 도윤, 그리고 시부모님까지 모두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 중심에는 현진이 있었다.

하지만 한껏 흥이 오른 다른 이들과는 달리 즐거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현진의 표정이 이 장면의 킬링 포인트다. 때마침 나타난 현진의 친정엄마(손숙 분)로 인해 삼바 댄스 장면은 끝이 난다.

이어 유일하게 그녀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친정 엄마가 현진의 마른 입술을 축여주는 모습과 함께 현진의 “모두가 탄생의 기쁨에 취해있는 그때,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보고 있던 단 한사람이 있었다”라는 내레이션은 엄마, 부모님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특히 김지수 작가가 “모두가 출산은 기쁨이고 축복이며 감동이라고 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은 엄마는 기쁨보다 아직은 아프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쁨의 축제에 맞춰 몸을 흔들어야만 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며 이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밝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엄지원·박하선의 강렬한 첫 만남 (ft. 오줌싸개)

출산을 하면 모든 게 평소처럼 돌아갈 거라 기대했지만 현진에게 닥친 현실은 달랐다.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소확행을 즐기던 현진은 출산 후에도 여전히 수유 때문에 커피 금지령을 당했고,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미역국 뿐이었다. 결국 친정 엄마 몰래 커피를 산 현진은 007작전 버금가는 민첩함으로 꿈에 그리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성공했다.

그 곳에서 자신의 후줄근한 모습과는 달리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완벽하게 꾸미고 있는 산모 은정(박하선 분)과 운명적인 첫 만남을 하게 된 현진.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제대로 꼬였다. 서둘러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던 찰나, 은정이 재채기를 했고 곧 자신의 발 주변으로 의문의 물줄기가 흐르는 것을 발견한 것.

깜짝 놀란 현진이 말을 걸기도 전에 은정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마자 사라져 버렸고, 그 덕에 혼자 남게 된 현진은 노란 물 웅덩이 위에 서 있는 채로 회사 사람들과 남편을 마주치게 되면서 또 한번 인생 최대 굴욕의 순간을 맞았다. 이처럼 오줌싸개 누명을 쓴 악연으로 시작된 현진과 은정의 첫만남 장면은 그야말로 ‘저 세상 텐션’으로 시청자들의 폭소를 유발했고,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두 사람의 활약을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엄지원·윤박 잉꼬부부의 ‘옳은 예’, 로맨스가 액션이 되기까지 0.1초

회사에서는 최연소 상무로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하던 현진은 세레니티 산후조리원에 들어온 이후부터 계속해서 좌절감을 느꼈다. 산후조리원에서 가장 핵심 스케줄이자 육아의 기초이기도 한 수유에서부터 실패를 연달아 맛봤기 때문. 최후의 방법으로 아기에게 분유 맛을 보여주다가 재빨리 모유로 바톤 터치를 하는 ‘꼬시미’ 스킬까지 써 봤지만, 이 마저도 실패하면서 현진의 자존감은 바닥을 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나 같은 엄마를 만난 우리 딱풀이가 너무 불쌍해”라며 훌쩍이는 현진에게 남편 도윤은 능력도 있고 예쁘고 섹시하기까지 한 엄마라는 칭찬을 늘어 놓으며 “자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거 나는 알아. 우리 딱풀이도 언젠가 엄마 마음 알 거야”라고 위로를 건넸다. 이어 도윤은 천천히 현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나 당신을 돕고 싶어”라고 결정적인 멘트를 날렸고, 이에 감동받은 현진의 표정이 그려지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하지만 돕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 100%였던 도윤은 분위기 파악을 미처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자신의 진심 만을 담아 베이비 페어에서 열심히 배워 온 가슴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급 싸늘해진 표정의 현진은 도윤을 향해 한 방의 액션을 날렸고, 순식간에 로맨스에서 액션물로 상황 반전을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에게는 또 한번 웃음 폭탄을 선사하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비록 눈치는 없었지만 항상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는 이 시대 마지막 팔불출, 도윤을 향한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엄지원·박하선의 극적인 화해, 엄마들끼린 다 통해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극 중 현진과 은정의 극적인 화해 장면이다. 첫 만남부터 삐걱대던 두 사람은 육아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 차를 보이면서 서로를 견제했다. 그러나 연이은 수유 실패로 힘들어 하던 현진은 은정 또한 자신과 똑같은 이유로 힘들어 하다가 극복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결국 한밤중에 은정의 방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달라고 용기 내어 말하는 것.

그 것이 내 첫 번째 모성이었다”라는 현진의 내레이션은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고,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현진의 진심을 느낀 은정은 모든 엄마들이 똑같이 힘들다며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고, 도우면서 버티는 거예요”라고 전하며 자신이 알고 있던 꿀팁을 전수해줘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에 현진은 참고있던 눈물이 터졌고, 그렇게 ‘엄마’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앙숙 관계에서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떤 전개를 맞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 특히 이 장면에서 등장한 현진의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던 엄마들의 진짜 모습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엄마가 되는 것이 그저 기쁘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걸. 때로는 슬프고 비참하기도, 아프기도 한 일이라는 걸”이라는 내레이션은 ‘산후조리원’이 지닌 메시지와 의미를 관통하는 대사. 때문에 초보 엄마들 뿐만 아니라, 인생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는 평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