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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부실 논란' 금감원, 결국 증권사 CEO 퇴출.. 제2의 DLF 사태 현실화

'감독 부실 논란' 금감원, 결국 증권사 CEO 퇴출.. 제2의 DLF 사태 현실화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10일 결정한 판매사 최고경영자(CEO) 중징계 카드는 사실상 해당 CEO의 '금융권 퇴출'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비공식적으로는 '직에서 내려오라'는 의미다. 다만, 감독 부실에 대한 금감원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반발하고 있어 줄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 초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 징계로 촉발된 '제2의 CEO 중징계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달 중 순차적으로 제재가 이어질 판매 은행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예견된 증권사 'CEO 중징계'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KB증권 등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이들 판매사가 라임펀드 판매와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등을 하면서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거나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운용과 함께 펀드 부실을 파악한 2018년 11월 이후에도 펀드 판매를 이어나갔다는 의심을 받았다. 신한금투는 라임펀드를 3248억원어치 판매했다.

대신증권은 라임펀드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라임에 4500억원 규모의 TRS 대출을 제공한 KB증권은 펀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처럼 판매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해당 CEO들에게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줄소송 가능성.. 제2 DLF 중징계 사태 우려
이번 제재심에서 핵심 쟁점은 내부 통제 부실 책임에 대한 CEO 제재 여부였다. 금감원은 제재 근거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시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 시행령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만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DLF 사태에도 내부 통제 부실을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DLF 사태 당시 하나은행장)을 중징계했다. 이들은 중징계(문책 경고)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현재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으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내부 통제에 실패했을 때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이유다. 증권사 CEO 30여명은 금감원에 사전 통보한 징계 수위가 높다며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탄원서에는 제재심 징계대상인 CEO들은 제외됐다.

이날 징계 수위가 결정됐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만약 '직무정지'가 최종 확정되면 해당 CEO는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된다. 이 경우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각자 대표) 등 2명의 현직이 있는 KB증권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대표는 연임이 불가능해지면서 법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감독 부실' 금감원 책임론도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지지는 않고 금융회사 제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모든 책임을 금융사로 돌리는 '꼬리 자르기'는 안된다며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금감원은 사모 펀드 사태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이유로 금융위원회의 예산 통제를 꼽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은 예산 문제나 인원 확충 권한이 금융위에 예속될 수 밖에 없어 의지대로 감독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와 운용사 제재 절차를 마치는데로 은행들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등록 취소' 처분을 내렸다. 라임자산운용의 '아바타 운용사'로 불리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은 '업무 일부 정지'를, 라쿤자산운용은 '기관 경고' 조치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