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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들 내년 3월부터 ‘오더북 공유’ 못한다

보안 강화·자금세탁 방지 명분
특금법 시행령에 금지조항 포함
서비스 매력 줄어 거래량 감소
중소형 거래소들 큰 타격 우려
"계약 형태따라 적용달라야" 지적

가상자산 거래소들 내년 3월부터 ‘오더북 공유’ 못한다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장부(오더북)를 공유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거래량이 많지 않는 중소형 거래소들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어렵게 돼 결국 사업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신고 의무화 등으로 사업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환경이 더 악화되는 셈이다.

■시행령에 '오더북 공유 금지' 명시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초 금융위원회가 최근 입법예고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2021년 3월 25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오더북 공유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제13조 제4호에 '가상자산 사업자가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자사 고객이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과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가 금지'라고 명시한 것이다.

법무법인 비트 최성호 변호사는 "시행령 개정안 논의 과정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오더북 금지조항이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오더북 공유 금지의 명분은 보안 강화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오더북 공유가 금지되면 자체 거래량이 많지 않은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시행령 제13조엔 △전송기록이 식별되지 않는 기술이 내재된 가상자산(모네로 등 다크코인 금지)을 취급하지 않도록 관리 △고객별 거래내역 분리 관리 △고객 예치금을 사업자 고유재산과 구분 관리 △사전 신원 확인조치가 없는 고객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금지 등의 조치들이 함께 명시됐다.

■"오더북 공유 형태따라 법적용 달라야"

가상자산 거래소가 오더북을 공유하는 이유는 거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국내 거래소가 해외 대형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해 글로벌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는 곳은 후오비코리아, 바이낸스KR, 에이프로빗 등이 있다.

내년 개정 특금법이 시행되면 당장 이들은 상대적으로 매수·매도 주문이 풍부한 해외 상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 장부를 공유할 수 없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이들도 해당 사항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사업진행 방향을 고민하며 법령에 맞게 체제를 전환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오더북 공유를 종료하면 사용자 입장에선 서비스 매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레 거래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에선 재정적 타격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으로 오더북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면 중소형 거래소들은 거래량 감소, 유동성 공급에 대한 부담 등 여러 현실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 말했다.


일각에선 오더북 공유의 계약 형태에 따라 정부의 조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거래 매칭만을 지원하는 형태인지, 나아가 정산까지 함께 이뤄지는 시스템인지 등 각각의 계약 형태에 따라 직접적인 자금세탁 위험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단순히 통제를 위한 1차원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019년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간 교차거래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성이 제기됐고, 국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이를 지적한바 있다"며 교차거래 금지 조항 추가 배경을 설명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