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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푸드테크' 배민 글로벌 경영 태클거나?

DH에 요기요 매각 등 조건부 승인

4조원대 글로벌 M&A 무산 위기감

[파이낸셜뉴스]푸드테크(음식+기술) 서비스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글로벌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민 인수합병(M&A)과 관련, 조건부 승인 방침을 내리면서다. 즉 DH가 배민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운영해온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 요구사항이다. 이와 관련 DH가 요기요 매각 거부 입장을 내면서 사실상 4조원 대 글로벌 M&A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공정위, '푸드테크' 배민 글로벌 경영 태클거나?
배달의민족

■우아DH아시아 설립 등 무산 위기
16일 공정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DH와 배민 M&A가 최종 불승인될 경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총괄할 예정이었던 우아DH아시아 설립 계획은 물론 독일 프랑크프루트 증시 상장 효과 등이 물거품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40억 달러(약 4조4300억 원)로 산정한 뒤, M&A 완료 후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김 의장은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DH M&A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이라는 이례적 조건을 내걸었다. 국내 배달시장 1,2 사업자인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독과점이 굳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DH 측은 요기요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공정위 전원회의 전에 이번 M&A 심사보고서에 대한 이의제기 등 구체적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DH 코리아 관계자는 “(요기요 매각 후 배민 인수 방침은) 기업결합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딜리버리히어로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음식점 사장,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이츠 등 초경쟁 상황 반영돼야
인터넷·모바일 업계 역시 이번 공정위 조건부 M&A 승인 방침에 부정적 입장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배달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쿠팡위츠와 위메프오 등 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 공공 배달앱 서비스 ‘제로배달유니온’에 선정된 띵동도 수수료율 2%를 내세워 서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시장점유율만으로 글로벌 M&A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즉 배민과 요기요 M&A에 따르는 시장독점 논란은 최근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란 지적이다. 또 공정위가 이번 M&A 심사 기준 중 하나로 수수료 인상과 경쟁자 신규 진입 가능성을 살핀 만큼, 수수료 인상 금지를 전제로 기업결합을 승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례로 지난 2009년 오픈마켓시장 1,2위였던 옥션, 지마켓 합병 심사에서도 공정위는 수수료 인상 제한을 전제로 양사 합병을 승인한 바 있지만, 약 10년 만에 쿠팡이 시장 우위를 점하는 등 시장 판도가 바뀐 상황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