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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공공병원 확충, 범정부적 노력 필요하다

[특별기고] 공공병원 확충, 범정부적 노력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K방역'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겨날 정도로 전 세계적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성과는 분명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공공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의 헌신적 대응이 없었다면 사태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당 병상 수가 매우 많은 나라에 속하지만 인구당 공공병상 수는 비교대상 국가를 찾기 힘들 만큼 적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공공병원들은 어김없이 소환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이 그러하듯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해당 질병이 종식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진다. 신종플루 때도, 사스 때도, 메르스 때도 예외 없이 그랬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공공병원 확충 이슈는 현재까지는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대전, 부산, 경남, 광주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9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 신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는 공공병원 신축 예산이 전무하다. 코로나19로 인한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경우에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란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전의료원과 서부산의료원은 2018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지만 아직까지 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특히 대전의료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까지도 예비타당성 조사에 막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공공병원 설립조차도 경제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가는 현 정부에서 공공병원 확충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다.

공공병원은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직접적 대응수단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필수보건의료 제공의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수단이다. 또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경제성 운운하면서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공공병원 확충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을 포함한 범부처의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공동대응과 국회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미 국무조정실에 범부처 공공병원 협의체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으며 국회도 공공병원 설립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면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시민사회의 공공의료에 대한 지지 역시 여전히 높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 내 협력,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간 합의를 통해 신종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필수보건의료 공급의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병원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정백근 경상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