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하이파크시티
金장관 거주하는 아이파크1단지
현실과 다른 발언에 매수세 자극
"53평형 5억에 사러왔다" 줄이어
중개업소 "물건 없다" 해명 진땀
주민 "되레 노이즈마케팅 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주하는 경기 일산 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1단지. 이 아파트는 김 장관의 '5억원 발언' 이후 문의가 몰리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 사진=김준혁 인턴기자
"김현미 장관 '5억원 발언' 이후 5억원에 53평형짜리 사러 왔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문의 전화도 계속 오는데 현재 그 가격에는 물건이 없다고 해명하느라 난처한 입장입니다."
지난 17일 찾은 경기 일산 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 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김 장관의 '5억원 발언' 이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김 장관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문제의 발언 한마디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장관 말한 아파트 5억에 사겠다"
이 아파트는 시세와 전혀 동떨어진 가격에 김 장관이 거주하는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사겠다는 매수자가 심심찮게 몰리고 있다. 아이파크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0평형대 집을 5억원에 알아보러 오는 투자자들에게 전용 84㎡(30평대)는 그 가격에 있다고 설명해도, 장관이 이야기한 평수만 찾는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딤돌 대출 한도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5억원 한도)로 살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만 불러온 셈이다.
실제로, 하이파크일산아이파크1단지 전용면적 146㎡의 호가는 최근 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용 146㎡는 김 장관이 거주하는 평형(53평)이다. 이달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가격은 6억4500만원이다. 김 장관의 5억원 발언이 매수세를 자극해 일주일새 수 천만원의 호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발언 직후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김 장관을 규탄했다. 그러나 이후 매수 문의가 늘어 호가가 오르자 김 장관의 발언이 '노이즈마케팅'이 됐다며 반기는 주민들도 있다. 하이파크시티주민연합회 한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 이후 규탄 성명이 나오자 호갱노노와 같은 부동산 검색 앱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며 "5억원대 전후이던 전용 84㎡ 매물이 호가가 최대 6억원 이상으로 오를 정도로 이슈가 됐다"고 전했다.
■"이제 분양가 회복했는데" 주민 발끈
호가 상승을 떠나 상당수 아파트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장관의 발언에 크게 반발했다. 이 아파트는 초기 분양가보다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서야 분양가 수준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산아이파크1단지의 초기 분양가(2011년)는 3.3㎡당 평균 1500만~17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이 살고 있는 평수대라면 7억원 후반 대 가격이다. 하지만 해당 단지는 미분양 잔여세대를 30% 할인분양하는 등 침체를 겪으며 올해 초까지도 분양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거래도 뜸했다. 지난 2018년 아이파크1단지 전용면적 175.84㎡는 5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이달 거래된 전용면적 146㎡의 실거래가(6억4500만원)도 여전히 분양가보다는 낮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010년에 3.3㎡당 분양가가 최대 1700만원에 육박하는 곳은 고양시 내 이곳이 거의 유일했다"며 "그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진 주민들에게 '5억원 발언'은 집값 회복에 찬물을 붓는 격이고, 최근 3기 신도시 공급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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