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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래를 읽는 통계, 농림어업총조사

[특별기고] 미래를 읽는 통계, 농림어업총조사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까.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넋두리처럼 내뱉곤 하는 말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임용고시생인 주인공이 서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바쁘게 살아가다가 고향으로 내려가 1년 동안 농사도 짓고 직접 음식을 해 먹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영화를 보면 힐링이 되면서 나도 귀농을 해볼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우리 농어촌의 현실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농어촌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농번기 일손이 부족해 일부에서는 농사를 포기하거나 먼 타지에서 웃돈까지 주고 인력을 구하기도 했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노동력 감소다. 정부가 농어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운영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이 코로나19로 인해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우리 농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도 도시민들이 농촌을 바라보는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해 작은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4월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과 수요 변화'에 따르면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20.3%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4.9%는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했다. "예년보다 농촌관광 횟수를 늘리겠다"고 답한 도시민도 44.5%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 농산어촌의 미래를 위해 이런 추세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농가는 108만9000가구, 농업인구는 256만9000명이다.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65.6세였고, 70세 이상이 전체 농가의 37.8%로 가장 많았으며 40세 미만은 1.3%에 불과했다. 경지규모가 1㏊ 미만인 농가는 74만2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68.1%를 차지했다. 이런 이유로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000만원 미만인 농가가 전체 농가의 67.9%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 영세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5년마다 실시하는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우리 농산어촌의 환경과 삶의 모습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림어업총조사는 이 변화를 정확히 읽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통계조사다. 통계청이 23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2020농림어업총조사를 실시한다. 농림어업총조사는 전국 농림어업 가구와 가구원 구성·분포·변화를 파악해 농림어업 발전과 농산어촌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올해 조사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의 권고와 정책수요에 맞춰 농산어촌 마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항목이 추가됐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조사원과 조사대상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방문조사와 더불어 컴퓨터·모바일·전화를 이용한 비대면조사 방식을 확충했다.

농민은 씨앗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다.
씨앗은 열매로 자라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농림어업총조사는 우리 농산어촌의 밝은 미래와 삶의 질 향상, 도시민의 안전한 먹거리 마련이라는 풍성한 열매로 이어질 좋은 씨앗을 발견하기 위한 통계 조사다. 이번 농림어업총조사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농림어업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

강신욱 통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