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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이용자 보호할 산업법 절실"…디라이트

법무법인 디라이트, 블록체인-가상자산 규제 동향 세미나
"특금법은 단순 AML 목적…사업허가 내주는 산업법 필수"
국제적으론 가상자산 신규사업 규율하는 법적 논의 활발

[파이낸셜뉴스] 법조계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선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할 수 있는 조항 등 가상자산 사업의 규제 조항을 조목조목 담은 가상자산 산업법 마련이 한창이지만, 국내에서는 내년 3월 시행되는 개정 특금법을 통해 단순히 가상자산 기업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만 규정하고 있어, 가상자산 서비스 이용자들이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영업행위를 규율하는 산업법을 마련해 기업 입장에선 사업적 불확실성을 낮추고, 투자자는 안심하고 가상자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가상자산법, 국제 흐름에 맞지 않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할 산업법 절실"…디라이트
가상자산 사업자를 직접 규율할 수 있는 산업법이 부재한 상태에서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만 부과하는 것은 허점이 많다는게 법조계 지적이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김동환 변호사는 지난 24일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자금세탁방지 규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제 시장에서는 이용자들의 피해를 낳는 여러 영업행위들이 있어 이를 규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 특금법은 가상자산거래소, 수탁업체, 지갑 서비스업체 등 주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금융사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 정부에 사업자 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달초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구체화한 개정 특금법 시행령안이 입법예고 됐다.

김 변호사는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 몰타 등 다른 국가들은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법령을 토대로 탈중앙금융(De-Fi)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는 단계"라며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비교해 한국은 법제 체제에 맞지 않는 법령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올 1월부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을 포함한 '지불 서비스 법(Payment services Act, PSA)'을 시행 중이다. PSA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체가 현지 사업자 신고를 마친 후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최근엔 디파이 프로젝트나 거버넌스 토큰 발행자를 서비스 운영 주체로 정의하고 규율하려는 법개정 움직임도 싱가포르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 영업행위, 내용별 규제 방안 마련해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할 산업법 절실"…디라이트
한국도 해외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산업을 총체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산업법이 필요하다는게 법조계 지적이다./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행위 중 불법조항을 가려내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산업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법조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이뤄지는 방만한 사업 운영의 피해가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에서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대표변호사는 "은행을 하려는 곳이 은행업 라이선스를 받고, 증권사를 하려는 곳이 증권업 라이선스를 받아야 해당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처럼 가상자산 사업도 그렇게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사업 라이선스를 통해 적법하게 비즈니스 할 수 있도록 규율한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정부에서 증권거래소의 시세조작이나 공매도 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라도 산업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내부 계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가상자산을 사고팔면서 서비스 규모를 키우는 자전거래나, 매수·매도 주문창을 빽빽이 메우기 위해 거래소에서 허수주문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행위는 현재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보니 검찰에서도 가상자산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 사기죄 같은 다소 넓은 범위의 죄목을 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 변호사는 "업계 전반에서 가상자산 산업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이유도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법률 공백 때문"이라며 "이 사업을 정확하게 법적으로 규제하고, 총체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