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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은퇴자 급매물 간혹 나오지만… "아직은 버텨보자" [현장르포]

고지서 이후 매물·거래 다소 증가
실수요자·갭투자자들 매수 나서
"종부세보다 양도세 중과가 부담"
연말까지 처분하려 호가 내리기도

다주택·은퇴자 급매물 간혹 나오지만… "아직은 버텨보자" [현장르포]
올해 종합부동산세가 대폭 오르면서 다주택자와 특별한 소득이 없는 고가 1주택 소유 은퇴자 등이 매도에 나서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매물이 다소 늘고 있다.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동, 역삼동 일대 전경. 사진=서동일 기자
"고가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와 마땅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다소 나오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영향에 따른 급매물은 아직 많지 않아요."

29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종부세 고지 이후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보유자들은 공시가 상승 등으로 부담이 늘어난 종부세 고지서를 받으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전반적인 강남 부동산 시장은 종부세 고지를 전후해 매물이 늘고 있지만 다주택자 등의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면 가격을 낮춘 실거래는 거의 없다.

■종부세 부담에 강남 매물 소폭 늘어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종부세 고지서가 발급된 지난 24~29일 6일간 서울 내 아파트 매물이 증가한 지역 1~3위에 송파구·강남구·서초구 등 강남3구가 나란히 올랐다.

송파구 4.0%(2915건→3032건), 강남구 3.4%(4316건→4465건), 서초구 2.9%(4286건→4413건) 순으로 매물이 증가했다. 종부세 부담에 매물이 늘어나긴 했지만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가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시장은 아직 크게 흔들림이 없다"며 "다주택자들이 다른 물건을 처분하더라도 똘똘한 한 채는 남겨두려 하기 때문에 강남 지역 매물은 잘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444가구 규모의 반포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전월세 매물은 거의 전무하고 매매 물건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종부세보다 양도세가 변수"

종부세 부담으로 나온 매물들은 대부분 다주택자와 은퇴자들이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치동의 C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지역 고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70대 집주인이 종부세 부담으로 내놓은 매물이 최근 거래됐다"며 "이 집주인은 상급지에서 중급지로 평수를 줄여 이사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부세 부담에 나온 매물과 양도소득세 절감을 위해 호가가 조정된 급매물이 무주택 실수요자나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자, 갭투자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수하면서 거래는 다소 활발해졌다는 게 강남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중개업자는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40평형대 매물이 이번 주에만 3~4채 팔릴 정도로 거래가 왕성하다"며 "50평형대 계약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토요일에도 사무실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올림픽선수촌 34평형 매물은 호가가 18억~19억원이며, 급급매로 17억원대 후반에 나온 급매물도 있다"며 "이런 급매물은 종부세 때문에 새로 나온 게 아니라 양도세 때문에 12월까지 급히 처분해야 해 호가를 내린 기존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면 최대 20%(내년 6월 1일 이후 양도 시 최대 30%)의 양도세를 내야 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어 올해까지 집을 처분해야 하는 이들이 급한 마음에 호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한 중개업자는 "강남 집값이 생각보다 크게 빠지지 않으면서 뒤늦게 매수하려는 실수요자들과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좁혀지면서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몇 주 전부터 압구정에 이어 반포 등에서도 매수세가 붙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최서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