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은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다는 의미입니다. 도시화로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지만 사촌은 같은 조부모를 둔 백부, 숙부, 고모의 자녀들이나 같은 외조부모를 둔 외삼촌, 이모의 자녀들로서 아주 가까운 친척입니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은 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 가택 연금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가택 연금당한 야당 총재 가족을 이웃에서 감시하고 도청하는 정치적인 소재를 인간적인 교감으로 풀어갑니다.
작품 속에서, 대권(정우 분)은 국가정보기관 책임자의 지시를 받고 자택 연금된 이의식(오달수 분) 가족들의 생활을 이웃에서 감시하고 도청합니다. 국가 공무원이 정치인 가족을 아무 때나 마음대로 감시하고 도청하는 사생활을 침해해도 될까요?
대한민국 헌법은 제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내용은 사생활의 비밀 불가침, 사생활 자유의 불가침입니다.
사생활 비밀의 불가침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감시, 도청, 녹음, 촬영 등으로 사생활의 비밀을 탐지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침입해서는 안되고, 사적인 사항을 무단으로 공개해서는 안되며, 허위의 사실이나 과장, 왜곡된 사실을 공표하여 특정인을 다르게 인식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 성명, 초상, 경력 등이 사실과 일치하더라도 영리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생활 자유의 불가침은 사생활의 자유로운 형성과 영위, 즉 사생활의 자율을 침해받지 아니 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결혼, 자녀의 양육, 교육, 의복 형태, 피임, 낙태, 성생활 등이 포함됩니다.
대권이 이의식의 가족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특히, 이의식 가족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를 도청,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수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대권이 공개되지 아니한 이의식 가족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대권이 이의식 가족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려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예외적으로, 긴박한 상황이면 법원의 허가없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있지만 사후에 법원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여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대화자 일방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그렇지만 대화 당사자가 그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상대방 모르게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이러한 비밀녹음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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