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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아트라스비엑스 합병은 소액주주 권리 침해"

[파이낸셜뉴스]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소액주주들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 합병 결정이 불합리하다며 이의제기에 나섰다. 주주들은 핵심 사안인 합병 비율 등이 왜곡돼 합병이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 펀드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융감독원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합병신고서를 반려해달라는 민원을 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주가가 실질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부당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흡수합병이 추진돼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배터리 전문 자회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각사의 역량과 자원을 통합해 시너지를 키우고 새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합병이라는 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설명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고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4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1대 3.3920964로, 소멸회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주식 1주당 존속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3.39주가 배정된다.

■소액주주들 "지배주주의 의도적 주가 왜곡 있었다"

쟁점은 합병 비율이다. 상장사의 합병 비율은 최근 1개월과 일주일, 최근 일의 종가를 산술 평균해 산정한다. 기준주가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1만5801원,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5만3599원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상장사 간 합병 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외견상 법적 하자는 없다. 하지만 주가가 기업 가치를 항상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으며 왜곡될 가능성도 있어 시장가격만으로 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줄이는 등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정책을 유지해 합병 비율 산정의 근거인 주가가 회사의 가치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한다.

통상 자사주 비율이 높으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도 높다. 자사주는 전체 배당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사주 비율이 높을수록 주주들에게 가는 배당금은 커진다. 그러나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예외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자사주 비율(58.43%)은 60%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지난해 말 배당성향은 2.9%에 그친다. 주요국 대비 낮은 것으로 알려진 코스피 배당성향(24%, 2008~2018년 평균)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소멸회사는 과도한 자사주를 보유하면서도 이를 소각하지 않아 주주들의 지분율에 현저한 왜곡이 발생한 상태에서 모회사(한국테크놀로지그룹)와의 합병을 결정함으로써 회사 자금으로 취득한 자사주가 실질적으로 모회사가 취득한 주식과 같이 취급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게 되면 회계상 자본감소에 해당하고, 주당이익 역시 자사주를 제외하고 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합병 시 자사주가 자본을 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자사주 매수와 합병을 통해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 모두 지배주주가 가져가게 돼 일반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회삿돈으로 지배주주 지분율을 높이는 것을 보장해주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감독당국, 합병 승인 재고해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모색하는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전날 논평을 내고 이번 합병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감독당국이 합병 승인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는 회사의 보유현금으로 매입한 것이므로 그 가치는 모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일반주주들에게 보유주식의 비율에 따라 공정하게 귀속돼야 하나, 합병 과정에서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합병신주도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전체 주주들에게 귀속돼야 할 합병법인의 신주를 대폭 축소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결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합병으로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회사 가치의 10%만을 지급하고도 회사 전체 가치를 취득했다"면서 "합병비율 변경 등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한 뒤 재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