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당장 내년부터 국내 상장사 중 최소 510곳 이상이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헤지펀드 등 외국계 자본이나 경쟁사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중 최대 290여곳 이상에서 감사위원 선출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또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개 금융복합기업집단이 금융감독기관의 규제를 받게 된다.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됐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도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안은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으로 이름이 바뀌어 통과돼 비지주금융그룹들은 2~3중의 규제를 받게 됐다.
■삼성,하이닉스, LG화학등 경영권 위협
우선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감사위원 중 1명을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가 아닌 별도의 인물 중에서 뽑도록 하는 것과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건조정위를 거치면서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기존 상법과 같이 모든 주주가 개별 3%씩 의결권을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됐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조항이 있는 한 외부 세력이 특정 기업의 이사회에 자신들이 내세운 사외이사를 밀어 넣기가 종전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모든 의결권을 사용해 이사들을 선임하고, 그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했다. 대주주가 원하는 이사진들 중에서 선임 하기 때문에 외부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 통과로 다른 이사진과 별도로 반드시 1명의 감사위원을 뽑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을 받게 된다. 개정안 통과 후에는 헤지펀드 등이 연합해 원하는 감사위원을 세울수 있게 된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이후 삼성전자가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임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주주 측 의결권은 17.76%다.
반면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연합하면 산술적으로 최대 27.61%를 행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대주주 측이 우호 지분 포함 9.32%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외국 기관투자가 연합은 24.87%, LG화학도 16.84%대 8.60%로 외국계 자본 의결권이 크게 앞선다는 계산이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기업들의 경우 일반 사업회사보다 헤지펀드들의 공세를 막기 더 어려워진다.
당장 내년이 문제다. 상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곧바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상장사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에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1263개 사로 전체의 31.8%에 달한다. 상장협 관계자는 "우리 계산으로 당장 510여 개 사가 상법 개정안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며 "이중 최대 297개 사에서 외부 주주가 제안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되면서 상장사들의 소송 위험성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협의 계산으로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시 311억 원이면 삼성전자와 그의 자회사(총 8개 사)에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와 자회사 17개에 대해서는 13억 원이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그룹감독법, 삼성·현대차도 정조준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개 금융그룹이 감독대상에 포함돼 기존 금융지주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여수신업,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고 금융자산 5조원이 넘는 금융복합기업을 감독하도록 하는게 골자다.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개별업권별 감독으로 해소되지 않는 금융복합기업집단 수준의 내부통제, 건전성 등 위험 관리를 규정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주사 형태의 금융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 개별 금융사는 개별 금융업법으로 감독하고 있다"며 "이번 법 통과로 비지주 금융그룹도 규제 사각지대에서 해소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재무 상태 등 기준에 미달할 때 금융그룹에 경영개선계획 제출·이행 요구 등을 조치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업권별로 감독을 받는 상황에서 금융그룹 차원의 감독까지 더해지는 것은 중복·과잉 규제란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자본건전성 평가, 위험관리 등 기준이 모호해 기업들이 법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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