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상 첫 코스피 3000을 견인한 동학개미 운동이 공매도폐지 운동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오는 3월 재개되는 공매도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어서다. 공매도의 원칙적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6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매도 재검토 기류가 감지되면서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둘러싼 2라운드 공방이 재현되고 있다.
■공매도 폐지 운동 확산되나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16일 공매도가 재개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후 개인 투자자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6개월 간 공매도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했다.
공매도 금지가 개인 투자자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코스피 3000 시대'까지 열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들에는 돈이 들어가고, 투자가치가 없는 기업들에는 돈이 빠지는 등 주식시장은 단 하나의 문제도 없는데 공매도를 부활시키려는 진위를 밝혀달라"며 "만약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정부와 민주당은 상상도 못할 역풍을 맞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게시글에 11일 오후 1시53분 기준 5만9475명이 동의했다. 지난 6일 마감된 공매도 거래 재개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에도 5000명 넘게 동의했다.
특히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금융위원회가 시장조성자 등 공매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공매도 폐지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반면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는 만큼 신중론도 나온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버블(거품)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며 "버블을 제거하는 적정 가격을 형성하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예정대로 재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2라운드 공방
정치권에서는 공매도를 둘러싼 공방이 재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오는 3월 해제 예정인 공매도 금지의 연장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당분간 제동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워 뜨거워진 자본시장이 실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이어 "늦어도 이달 중(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의) 답을 내려 시장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같은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공매도 금지 기간임에도 공매도로 의심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시장 불공정 행위를 확실하게 차단할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공매도 재개를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논란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대신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되, 투자 한도를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예정대로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또는 재연장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정책 노선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증시를 견인한 '동학개미 운동' 당시 정치권에서 증시 관련 발언이 쏟아지면서 공매도가 6개월 추가 연장된 바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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