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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물려줄 주식 사야지” 비대면 서툰 노인들로 객장 북적

코스피 사상 초유 기록 행진에
노인들 증권사 영업점 대기행렬
하루 80~100명 계좌 트는 곳도

“손자 물려줄 주식 사야지” 비대면 서툰 노인들로 객장 북적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증권사 객장.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신규 계좌를 열기 위해 객장을 찾은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김민기 기자
#. 전업주부인 60대 박경자(가명) 씨는 최근 친구가 주식으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무작정 현금 800만원을 들고 청량리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신규 계좌를 만들었지만 주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일단 직원에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사달라고 요청했다. 수익률이 좋으면 예금으로 들어놓은 2000만원도 추가로 주식에 넣을 생각이다.

1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청량리점에는 신규 증권 계좌 개설을 위해 60~70대 손님들 10여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끊이질 않는 손님들로 인해 직원들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신규 고객의 계좌 개설을 처리하는 창구 직원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의 주식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수시로 들어오는 매수, 매도 요청 전화에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3100을 넘어서면서 사상 초유의 급등을 보이고 있자 증권사 객장에도 주식 투자를 위해 방문자들이 몰리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주식 시장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가지고 있던 60대 이상의 중장년층, 노년층들이 새해 들어서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자 더 이상 늦기 전에 주식을 사야겠다는 불안감에 객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20~30대의 경우 비대면 계좌개설로 직접 객장을 찾는 사람이 적었다. 반면 증장년층과 노년층은 아직 모바일이나 PC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자 일단 방문을 하고 보자는 식이다.

오승국 한국투자증권 청량리지점장은 "신규로 계좌를 만들기 위해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해 아직은 금액대가 500만~1000만원 수준이다"면서 "신규 방문자 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의 전화주문도 엄청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객장을 찾은 고객들이 대다수였다. 상담 직원들은 손님들이 몰려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고 안내를 해주고 있는 실정이지만 서툰 고객이 많아 업무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70대 김원식(가명)씨는 "지난주에 방문해서 비대면 계좌개설 설명을 들었는데 혼자 해보려고 하니 잘 안되서 다시 방문했다"면서 "주변에 친구들도 다 주식을 시작했다고 해서 지금이라도 조금씩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30~40대 고객의 경우는 본인들의 신규계좌개설보다는 자녀들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기 위해 방문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이전에는 자녀 이름으로 펀드를 많이 만들어줬다면 최근에는 증여나 세금 목적 이외에도 주식 계좌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자녀들에게 물려주려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강북 지점 뿐 아니라 평소 손님이 많았던 강남 지점들 역시 최근에 신규 고객이 급증하며 점심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강남 지점의 경우 주변에 수익을 낸 지인이 많이 늘어나자 기존 부동산 등에만 투자를 했던 고객들도 주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잠실WM지점의 경우 하루에 객장을 방문해 신규로 계좌를 만드는 사람들이 80~100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날 오후에도 객장에는 20~30명의 고객들이 계좌를 만들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박중규 잠실WM지점장은 "잠실역 주변에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40~50대 주부,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이 많이 방문을 하고 있고 지난해 연말부터 고객이 많이 늘었다"면서 "점심에 햄버거를 먹고 30분만에 들어와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정신이 없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점장은 "손님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종목이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등이다"라면서 "대형주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