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새해 들어 주식을 시작한 직장인 김모(39)씨는 최근 친구와 투자 수익률을 두고 매일 같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주식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주식으로 수천만원의 수익을 얻자 더 이상 늦췄다가는 뒤쳐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수익률을 높여가며 격차를 벌리자 김씨도 시드머니를 늘리기 위해 아버지를 설득해 적금 2000만원을 깨고 주식에 넣을 생각이다.
최근 동학개미들이 '포모 증후군'에 너도나도 주식으로 향하면서 과열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 일부 개미들은 적은 시드머니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며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을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새해들어 재개된 신용대출의 잔액은 5대 은행 기준 4거래일만에 4500억원이나 늘었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17조9023억원까지 치솟은 후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지난해말 국내 증시가 다시 상승랠리에 나서자 동반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18조, 19조를 연달아 넘어섰다.
무엇보다 개미들 사이에서는 ‘가만 있다가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포모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이 발동돼 뒤늦게 주식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까지 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너무 비싼거 아니야”고 생각하며 기다렸던 개인투자자가 새해에도 주가가 오르자 조바심에 한 번 더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
특히 주식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한국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선호하면서 주가 역시 코스피 시장 위주로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나만 삼성전자 없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보유 주식 수에서 사상 처음 개인 투자자가 국내 기관투자자(국민연금 제외)를 앞서기도 했다.
11일과 12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며 하방 압력이 컸지만 개인은 오히려 4~5조원이 넘는 매물을 사들이며 장을 받치고 있다. 이날도 장초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대형주들의 주가가 3~4%까지 하락했지만 곧바로 개인이 추가 매수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는 0.6%로 하락폭을 줄이고 현대차는 오히려 0.19%로 상승 반전했다.
실제 개인은 이날 오전 11시 14분 현재 9567억원을 순매수하며 전날 4조원 매수에 이어 또 다시 1조원 가까운 매물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900억원, 5446억원 등 9000억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개인의 매집이 이어지는 이유는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도 단기 과열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여전히 코스피 상단이 3300선까지 열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미국 재정 부양책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코로나 19 백신 보급으로 인한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로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개미들의 증시 참여도 늘고 있다.
또 개미들이 과거와는 달리 새롭게 ‘레벨업’되면서 하락장에서도 손쉽게 매물을 내놓지 않는 점도 주가 상승의 이유 중 하나다. 주식에 대한 공부를 늘리며 테마주보다는 대형주를 주로 담으며 단기 손실에 개의치 않고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간에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만큼 사소한 악재에도 증시가 흔들릴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 또 최근 미국의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우려, 공매도 재개로 인한 충격 등에 대한 변수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해 ‘큰 손’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는 유동성과 부동산 규제, 학습 효과 등으로 장기적으로 투자 확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인 자금이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며 “외국인의 수급 방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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