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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폐업에 쏟아지는 집기들… 중고시장 수용범위 넘어섰다 [현장르포]

황학동 중고가전·가구거리는 지금 포화상태
500평 창고 가득 채운 커피머신
사용기간 1년 채 안된 물품 즐비
"한두달 새 가격 20%까지 폭락"
제값받기 어려워진 폐업자들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눈돌려

줄폐업에 쏟아지는 집기들… 중고시장 수용범위 넘어섰다 [현장르포]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중고 커피머신. 모바일 캡처
줄폐업에 쏟아지는 집기들… 중고시장 수용범위 넘어섰다 [현장르포]
지난 19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중고주방기기 유통회사 씨앤에스 창고에 중고제품들이 가득하다. 씨앤에스 제공
"최근 수개월간 폐업문의가 늘면서 창고마다 사들인 중고품들이 가득하다. 1652㎡(500평)규모의 창고에는 중고 커피머신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 19일 서울 황학동 중고가전·가구거리에 위치한 중고주방기기 유통회사 씨앤에스의 채수동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실제 씨앤에스 매장에 자리한 철제 진열장에는 커피기기로 빼곡했다. 커피콩을 가는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추출하는 커피머신 등이 중고품으로 전시돼 있었지만 2020년산 제품들이 눈에 쉽게 띄었다. 창업한지 1년도 안 돼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내다판 물품들이다. 씨앤에스 본사 인근인 경기도 하남시 창고에는 폐업한 음식점들에서 나온 중고 주방기기들이 쌓여있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폐업증가로 중고품 가격 급락

황학동에서 카페 중고품을 유통하는 T업체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최근 두 달간 폐업문의가 집중되면서 매입한 업소용 중고 물품이 크게 늘었다. 공급이 늘다보니 중고품 가격은 20%가량 급락했다.

T업체의 황모씨는 "폐업 증가로 커피머신 중고품 가격이 싸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커피머신 도소매업자 김모씨도 "폐업으로 중고품이 많아지면서 중고가격이 떨어졌다. 기존 중고 커피머신이 100만원이라면 현재는 8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두 달 사이에 중고품 가격이 이정도로 떨어지는 건 흔치 않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중고물품 유통업체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이다. 중고품을 사려는 창업자가 거의 없어서다. 중고 업소용 가구를 매입·판매하는 대우가구 매장에는 180㎝ 높이로 의자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탁자도 다리를 뒤집어 평평한 면끼리 쌓아 놓을만큼 더이상 보관할 공간도 없어 보였다.

정해봉 대우가구 대표는 "황학동에서 38년간 일했지만 요새 같은 불경기가 없었다"며 "중고품이 들어와도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팔리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18일 방역조치 완화로 일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조치가 풀렸지만 임계점을 넘어선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면서 줄폐업은 이어질 전망이다.

2014년부터 경기 의왕시에서 59㎡(18평) 카페를 운영 중인 한광희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달 매출이 100만원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월 매출 250만원을 유지했던 2015년 메르스 때와 비교해도 절반이 안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월 임대료 165만원은 꼬박꼬박 내야하다보니 전기료 등 제반비용을 감안하면 매달 수백만원씩 적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폐업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었다. 한씨는 "홀영업이 가능하지만 손님 발길이 끊겨 한번에 회복되기 어렵다. 확진자가 늘면서 앞으로 또 문을 닫게 될까봐 아예 지금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푼이라도더… 온라인 중고거래 나서

중고품 제값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온라인 중고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헬로마켓에는 폐업으로 제품을 내놓는다는 내용과 함께 헬스장비, 식기, 카드단말기 등 다양한 업소용 물품이 올라오고 있다.

헬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까지 폐업으로 등록된 중고품은 전년동기 대비 115% 급증했다. 같은기간 헬로마켓에 등록된 폐업 제품 중 판매 완료된 제품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2019년 34%에 비하면 중고품 판매율이 반토막난 셈이다. 코로나19로 폐업 제품이 늘어난 반면 신규 창업 수요는 급감한 영향이 커 보인다.

이후국 헬로마켓 대표는 "폐업이 너무 많아 기존 처리 업체의 수용 범위를 넘어선 것도 자영업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몰리는 이유로 보인다"고 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