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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도 게임처럼” 가족·친구끼리 수익률 경쟁…‘펀(FUN) 개미’ 늘어

“주식투자도 게임처럼” 가족·친구끼리 수익률 경쟁…‘펀(FUN) 개미’ 늘어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주식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1. 직장인 박모(39)씨는 최근 대학교 동문 친구 6명과 해외여행을 가려고 매달 모아 놓은 돈 600만원을 주식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3명씩 팀을 나누고 300만원씩 나눠 누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지 경쟁하고 진 팀이 수익률 차이가 나는 만큼 개인 돈을 더 내기로 했다. 매일 종목과 수익률을 공개하고 월말마다 정산하는 대신 마이너스가 나면 손실은 팀에서 메꾸는 식이다.
#2. 50대 직장인 최모씨도 최근 아내와 함께 증권사에 방문해 미성년자인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2명의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최 씨는 그동안 자식들 이름으로 적금 통장을 만들어 매달 30만원씩 저금했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주식 계좌에 돈을 넣고 있다. 자녀들이 “친구들은 다 삼성전자 주식이 있는데 왜 나는 없냐”는 말에 주식계좌를 만들어 주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는 가족끼리 주식 수익률을 공개하고 서로 주식 투자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최근 동학개미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들어오면서 친구들과 가족끼리 주식 투자를 게임처럼 들기는 ‘펀(fun) 개미’ 족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사람으로 인해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지만 최근에는 주식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인식도 개선되면서 일종의 놀이처럼 소액으로 가볍게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월31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미성년자의 증권 관련 계좌(국내외 주식, 펀드 등 모든 유형 계좌)는 총 17만7004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미성년자의 누적 계좌는 4만4250개 수준이었으나 1년도 채 안돼 400%가 급증했다. 지난 2019년 한 해 국내 모든 증권사에서 새로 만들어진 미성년 계좌 건수(9만3332건) 대비 2배에 육박한다.

이전에는 주식이 자녀 증여 수단으로 쓰였다. 부모들도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을 들었다. 최근에는 저금리로 이자율이 낮자 대체 투자 수단을 보다가 주식 시장이 급등하자 주식으로 돈을 옮겼다. 증여뿐 아니라 청소년이 직접 매매에 동참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한 유튜브에는 13세 초등학생이 주식 투자로 1000만원을 벌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학생은 지난해 4월 용돈 적금 통장을 깨 종잣돈 2000만원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를 샀고 주가가 급등해 수익률이 50% 안팎 치솟았다.

이 학생은 영상에서 “10대부터 재테크를 시작해야 20,30대에 하는 것보다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식을 오락이나 게임처럼 즐기는 경우도 많다. 부모들 역시 자녀들이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어린 나이에도 주식을 경험하면서 경제 교육도 하고 자산관리에 대해 미리 익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이 모씨는 “아들이 방학 때 매일 게임에 빠져서 공부도 안하고 답답해서 생일 선물로 주식을 사주겠다고 하자 친구들도 요즘 주식을 한다며 좋아했다”면서 “세뱃돈과 용돈 일부를 계좌에 넣어주고 재미 삼아 투자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 본부장은 "투자를 도박처럼 인식했던 시각을 벗어나고 있다"며 "간접 투자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금융 지식을 기르고 직접 투자를 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주식 열풍이 불면서 기존에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주식에 뛰어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들은 SNS나 유튜브를 통해 종목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하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친구들끼리 뉴스를 보면서 이슈가 터졌을 때 관련주를 찾아보기도 하고, 공시도 보면서 수혜주를 사들이기도 하면서 재미를 붙이고 있다.

방송가에서도 주식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고 유튜브 등에도 주식 투자에 대해 재미와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유튜버들도 등장하고 있다.

38세 직장인 신모씨도 “친구들이 다들 주식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식을 시작하게 됐고, 친구들이 수익을 거두는 동안 은행에만 넣어둬 상대적으로 돈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아무래도 친구들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자존심이 상하다보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공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이나 주식 초보자들이 투자에 대한 개념이나 주식에 대한 공부 없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단타’나 테마주 등에 올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또 제대로 된 교육과 공부 없이 거액의 돈을 함부로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투자에 유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곽병찬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주식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개인 유튜버 중에서도 좋은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부는 지나치게 단정적이거나 과장된 정보를 전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춘 정보를 참고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