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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금융투자시장 패러다임 바꿨다

딥러닝 기술 무장한 투자 알고리즘 통해 저렴한 수수료로 최적 자산관리 서비스
작년 전략 EMP펀드들 성과 10% 육박
2년 내 운용자산 2조5000억달러 전망

‘로보어드바이저’, 금융투자시장 패러다임 바꿨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순항하던 국내 및 글로벌 증시는 미국 재정지출 지연, 게임스톱에 대한 개인과 헤지펀드 간 파워게임 등으로 급등락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에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과 검증된 알고리즘 전략을 바탕으로 안정적 운용을 추구하는 이른바 '로보어드바이저 EMP(ETF Managed Portfolio)' 등 인공지능(AI)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단어는 좀 낯설지만 사실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인간이 아닌 AI로봇이 펀드매니저 대신 투자하는 것이다.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로 무장한 투자 및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인 요소에 따라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 운용자산 2조5000억달러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로보업체 등 외부 자문을 공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모 운용사가 늘고 있다. 2016년부터 키움자산운용이 쿼터백운용과 손잡고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IBK-플레인바닐라, 키움-불리오, 현대-AIM 등이 자산배분형 EMP를 출시했다.

지난 2020년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본격 성장궤도에 오른 원년이었다는 평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해 주는 서비스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가 올해 1조4000억달러를 넘어서고, 2023년에는 2조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수수료다. 기존의 대면영업을 통한 관리는 접견장소, 상담인력 등 고정적으로 운영되는 인프라에 많은 투자와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그런 투자와 비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할 수밖에 없다.

■효율적 자산관리 EMP 펀드 '각광'

AI 등 로보전략으로 손쉽게 투자하는 자산배분 상품으론 EMP가 대표적이다.

EMP는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운용하는 투자상품이다. EMP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가 가능한데 AI로봇 전략으로도 EMP를 운용하고 있다.

EMP 대표상품으로 꼽히는 키움쿼터백글로벌EMP펀드는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AI로봇이다. 국내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펀드로 인간의 개입 없이 운용된다. 이 상품은 2016년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쿼터백자산운용이 함께 론칭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글로벌 ETF를 활용한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 운용사다.

심현수 쿼터백운용 운용총괄상무는 "은행의 고유계정, 보험사의 일반계정 등 증권사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EMP펀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EMP펀드가 하락장에서 수익률 방어가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략 EMP펀드들의 지난해 성과도 1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1일을 기준으로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주식-재간접)C와 IBK플레인바닐라EMP(혼합-재간접)C-A의 1년 성과는 각각 9.34%, 9.23%에 달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업체 전성시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주요 핀테크 3사의 운용금액(AUM)이 1조원을 넘어섰다.

AI 투자 전문기업 파운트의 운용금액이 8074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상위 1% 자산관리를 표방하는 에임은 3159억원,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디셈버앤컴퍼니가 307억원이었다. 이들 3개사의 총운용금액이 1조15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019년 12월 말 금융투자협회 공시기준 파운트의 운용금액은 1462억원, 에임 926억원, 디셈버앤컴퍼니가 176억원이었다. 파운트는 452%, 에임 241%, 디셈버앤컴퍼니 75% 성장한 셈이다. 특히 파운트는 회원수와 자문계약수가 전년 대비 11배 이상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성장세는 기복 없는 안정적 운용 결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운트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가 몇 주 사이 35% 내외로 폭락할 만큼 패닉 장세가 전개됐으나 5월에는 연초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기존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따른 이용자 증가라는 분석도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겪으며 금융권에서 판매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안전하고 투명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대거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제공하는 앱 서비스를 이용하면 투자포트폴리오에 편입된 모든 상품을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소액으로도 고액자산가만 받아왔던 글로벌 자산배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