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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드 위키드 송' 음악으로 풀어내는 위로와 치유

[리뷰] '올드 위키드 송' 음악으로 풀어내는 위로와 치유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의 한 장면. 배우 남명렬(오른쪽)과 정휘 /사진=나인스토리
이것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각자는 타인을 얼마나 잘 알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상대에게 드러낼 수 있을까. 드러낸다 하여도 혹 가려진다 하여도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에게는 숨기고 싶은 약점과 상처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드러낼 수 있는 것만으로, 상대가 드러내는 것만으로 서로를 파악하는 일 또한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던 관념과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넘어 그 변화마저도 이해하고 소통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다. 그때 오랜 시간 해묵은 상처가 치유되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한 단계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리뷰] '올드 위키드 송' 음악으로 풀어내는 위로와 치유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의 한 장면. 배우 남경읍(왼쪽)과 이재균 / 사진=나인스토리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은 이러한 교훈을 전하는 작품이다. 살아온 배경과 성향이 달라도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아픔을 달래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해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다. 20대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은 언제부터인가 찾아와 떠나지 않는 슬럼프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미국에서부터 이곳까지 날아왔다. 쉴러 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괴짜 교수 요제프 마쉬칸이다. 마쉬칸은 쉴러 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려면 먼저 자신에게 3개월 동안 노래를 배워야 한다며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예민하고 고통에 빠진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마쉬칸 교수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 꼰대 선생과 같다. 처음엔 완강하게 수업을 거부하지만 엉겁결에 진도를 따라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티븐과 마쉬칸은 각자의 깊은 상처를 내보이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감싸는 것은 음악이다. 연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총 16곡으로 구성된 슈만의 연가곡이 드라마와 찰떡같이 어우러진다.
클래식 음악을 선호한다면 베토벤과 바흐, 차이콥스키, 스트라우스의 음악 또한 곁들임으로 즐길 수 있다. 남경읍과 남명렬이라는 대배우의 뛰어난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노련함이 젊은 세 명의 배우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결국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공연은 3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