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입주권 제한' 역풍… 노후지역 투기 막으려다 거래 잠길 판 [부동산 2·4공급대책 여진]

대책 이후 추격매수땐 입주권 안줘
자체사업 어려운 빌라 등 직격탄
매수·매도자 모두 불안감 커져
"구역지정도 안됐는데 제재 과도"
거주이전 자유·재산권침해 논란도

'입주권 제한' 역풍… 노후지역 투기 막으려다 거래 잠길 판 [부동산 2·4공급대책 여진]
정부가 투기방지를 위해 2·4 대책 발표일 이후 공공주도 개발사업 구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입주권(우선공급권)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 뉴스1
정부가 투기방지를 위해 2·4 대책 발표일 이후 공공주도 개발사업 구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입주권(우선공급권)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빌라 등 노후지역 저층주거지 소유주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개발구역 확정 전인 상황에서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향후 구역지정 시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보니 거래가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에선 "지나친 재산권과 거주이전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공급권 박탈에 거래 올스톱 우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일대 중개업소에는 2·4 대책 발표 후 관련 대책의 입주권 취득시기와 관련한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책발표일 이후 공공주도개발 사업구역 내에서 기존 부동산을 신규매입한 경우는 우선 공급권을 미부여하는 투기방지책을 내놓으면서 벌집을 건드린 분위기다.

자체사업 추진이 어려워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주도 재개발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노후지역의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사업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 요건이 기존 4분의 3에서 3분의 2로 낮춰진 만큼 개발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커져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영등포구 A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이 발표되는 등 개발이슈로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책 발표 이후에는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문의하는 전화만 걸려오고 있다"면서 "특히 잔금 전인 매수자들이 계약을 계속 진행해도 될지 많이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도자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B공인 관계자는 "세금 때문에 상반기에 매도를 계획하고 있던 다주택자의 경우 자칫 매수세가 얼어붙어 계획대로 팔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들어왔다 어느 단계 이상이 되면 나가려던 투자자들도 제때 팔고 나가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면서 "이제 추진위나 조합, 토지주들은 어떤 개발방식이 유리할지 따져봐야 하는데 현재로선 어떤 방식으로 갈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는 사실상 올스톱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예상했다.

■"거주이전 자유 침해" 주장도

특히 이번 조치가 사유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왔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발표 관련'이란 제목의 글에 2000명 이상 동의했다. 작성자는 "현재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며, 사업진행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가운데 제재를 한다는건 소유주의 불이익 또는 거주이전의 자유,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공공재개발처럼 선정발표 이전까지는 매매를 제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기존 다주택자 세 부담을 높여 집을 팔게 했던 정부가 이제 집 거래를 막는 정부가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면서 "과도한 규제로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으로 향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투기방지를 위한 규제대책이 자칫 공급대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투기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발표 이후 지분변동이나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서 추가지분 확보 시 우선공급권을 미부여하는 점은 조합원의 동의서 징구 등 사업활성화에 허들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