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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청산 무섭냐고요? 민간 재개발도 관심 없습니다" [현장르포]

서울 중곡동 빌라촌 가보니
2·4대책 핵심 공공개발에 '무반응'
개발 가능성 적은 신축 매물만 인기
"오래 기다려도 브랜드 대단지 원해"

"현금청산 무섭냐고요? 민간 재개발도 관심 없습니다" [현장르포]
23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빌라촌에 신축 빌라들이 즐비해있다. 이 곳은 2·4 공급대책 이후 거래 문의는 줄었지만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박소연기자
"공공 개발은커녕 민간 개발도 할 이유가 없는 곳인데 왜 자꾸 거론되는지 모르겠어요."

23일 찾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일대는 빌라 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2·4 공급대책의 핵심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1순위로 떠올랐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정부가 2·4대책 이후 주택을 매수했다가 공공 개발지로 지정되면 투기 방지를 위해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놓자 서울 빌라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는 가운데 개발 여부와 무관하게 '유탄'을 맞은 빌라 밀집지역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곡동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 빌라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서기 때문에 노후도 요건도 충족이 안되고, 정비사업을 할 만한 부지도 없다"면서 "이곳은 소방 도로도 나있고 주변 인프라도 다 갖춰져 주민들의 재개발 니즈가 없는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주요 빌라지역들의 참여도가 낮다보니 정부가 2·4 대책에서 서울 도심에서만 공공 정비사업을 통해 9만3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공공재개발? 민간재개발도 안해요"

아파트값 풍선효과로 지난해 12월 최다 거래량을 찍을 만큼 활황이던 빌라 시장이 2·4대책을 기점으로 매수세가 위축됐지만 빌라촌 밀집 지역인 광진구 중곡동, 능동, 군자동 인근 빌라는 의외로 영향이 덜했다. 이들 지역은 오래 전부터 아파트를 대체하려는 빌라 실수요자들로 시장이 형성됐고, 부지도 워낙 작아 재건축·재개발 요건을 맞추기 힘들어서다. 광진구 능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재개발 할 땅이 아니다"며 "2·4대책 현금청산 방침이 적용될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대책과 상관없이 이곳의 빌라 매매는 신축빌라 소유주와 실수요자간 매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공공 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군자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 빌라 매매는 얼어붙을 이유가 없다"며 "신축 매물은 원래도 풍족했고 거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 가능성 덜한 신축 매물 위주 거래

정비사업이 가시권인 곳들도 현금청산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았다. 토지주 3분의 2이상이 동의할 경우에만 공공 개발이 가능하다보니 '동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강북 알짜 재개발 지역으로 주로 거론되는 염리동 한 공인중개사는 "자력으로 민간 재개발이 가능한 곳은 공공이 할 이유가 없다"며 "여기 빌라 소유주들은 급할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신축이 아니면 매물도 잘 없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되레 공공개발 가능성을 배제한 '확실한 입주권'에 대한 매매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염리동 또다른 부동산 중개법인 대표는 "2·4대책 이후 빌라 투자 문의는 많이 줄긴 했지만 거래는 이어지고 있고, 시세가 빠진 것도 아니다"라며 "다들 오래 기다려도 인근 재개발 구역처럼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하길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공공 개발은 여기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랩장은 "현금청산 방침으로 모든 빌라 거래가 멈춘 건 아니다"라면서 "중곡동 등의 신축빌라들은 과거 다세대주택과는 다르게 구조도 잘 빠지고 택배보관함, 엘리베이터 등 시설이 아파트급이라 공공 개발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분석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