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서초포럼] 교통문제보다 국가 위기 극복이 먼저다

[서초포럼] 교통문제보다 국가 위기 극복이 먼저다
최근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 EIU에 따르면 한국의 집단면역이 2022년 중반이 돼야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의 계획보다 반 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단면역이 늦어진다는 것은 경제회복에 적신호다. 한국판 뉴딜사업도 순탄치만은 않다. 5조7000억원 규모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서울시의 반대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시는 주변의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용적률을 400%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한다. 사업 주체인 하림그룹은 관련법인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800%까지 개발을 허용하고 있는데 시가 규제하는 것은 권한을 남용해 사업을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 중에서 관심을 끄는 곳은 서울시 지하철 역세권이다. 정부는 5000㎡ 이상인 역세권의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상향하고, 주거와 업무·상업 시설로 구성된 '주거상업고밀지구'로 복합 고밀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 역세권 개발용적률이 160%에 불과한데도 곳곳에서 교통문제가 심각한데, 700%까지 고밀개발하면 곳곳에서 교통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어서 인허가 과정을 통해 용적률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두 사업의 공통점은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사업이고, 교통문제를 이유로 도시계획 규제완화가 어렵다는 서울시와 경제회복과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차가 크다는 데 있다. 현장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지방정부와 국가적 대의를 봐야 하는 중앙정부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차대한 시기에 교통문제가 국가사업의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철저한 준비로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서울시의 올바른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교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두 가지 사업이 있다. 우선 청계천복원사업의 경우 청계고가와 도로를 허물어야 했기 때문에 도심의 교통문제를 이유로 반대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대중교통 개혁과 우회도로 신설 및 교통량 감축 등 철저한 교통대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또한 제2롯데월드 사업도 100층이 넘는 초고층건물을 송파구의 교통요지에 건설하는 사업으로 혼잡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전체 건설비의 20%를 투자해 지하버스환승센터와 첨단교통관리시스템을 건설하고, 모든 방문고객 주차장 유료화 등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우다.

양재도시첨단물류단지는 경부고속도로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만나는 곳에 입지해 화물차량 진출입이 용이하고, 강남이라는 대규모 물류 수요처와 인접해 배송거리와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비대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물류집배송단지는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야 할 필수시설이 됐다. 주변 강남순환도로가 완공되고, 화물차량을 위한 고속도로 지하접근로가 개설되고, 유연근무제를 통해 첨두시 양재IC의 부담을 덜어주면 문제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세권 고밀주거의 경우도 주차장 건설을 최소화하고, 교통정보를 통해 대중교통의 혼잡을 분산시키며, 복합용도 개발을 통해 직장·쇼핑과 문화생활 등을 단지 안으로 유치하면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다.

기성 시가지에서 대규모 개발을 하게 되면 교통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른다.
하지만 교통기술 발전과 정책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는 우리 사회에 충분히 축적됐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비상시국이다. 서울시가 교통문제를 빌미로 기존의 도시계획 규제를 고집해 중요한 국가의 위기탈출 노력을 지연시키거나 포기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전 한국교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