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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장된 '거리두기'에 상인들 "자포자기" [현장르포]

발길 끊긴 영등포시장
"반토막 매출 회복 기미 안 보여"
'소상공인 피해 최소 방안' 촉구
전문가 "포괄적 규제가 문제
사업장의 자율·책임 고려할 때"

또 연장된 '거리두기'에 상인들 "자포자기" [현장르포]
연휴를 앞둔 2월 26일 서울 영등포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이후에도 시장을 찾는 손님을 보기가 어려웠다. 사진=강중모 기자
"거리두기가 상향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반토막 나버린 매출이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오는 14일까지 2주 연장 방침을 밝힌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서비스를 받기도 힘들고, 또 이런 시국에 누가 그렇게 머리를 꾸미고 밖으로 나다니겠느냐"면서 "소비심리 위축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잘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를 하는 30여분간 가게를 찾은 손님은 없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자포자기하는 분위기였다.

영등포시장에서 15년 이상 두부와 반찬류를 판매해온 김모씨는 "매출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실 방역 대책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상인들도 마스크를 잘 쓰고 방역수칙도 잘 쓰는 등 방역 수칙을 잘 따랐지만 결과적으로 소상공인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봤다"면서 "정부의 방역 정책이 소상공인들에게 너무 불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가 찾아간 영등포시장은 점심시간이 지나도 한산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어르신들 몇몇이 시장을 오가고 물건을 실은 오토바이 몇 대가 지나다닐 뿐 시장다운 활기나 왁자지껄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역 주변에서 구두수선업을 하는 김모씨도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두기 조정이 좀 잦은 것 같다"며 "거리두기가 손님들의 심리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제일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백신 접종 등 다양한 현상을 종합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면서 "어차피 장사가 한동안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확실하게 코로나 감소세가 보일 때까지 강하게 단계를 유지해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 정부의 방역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결같이 정부의 정책 방향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소상공인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각 사업장의 자율과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포괄적 규제로 경제적 비용을 과다하게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거리두기 지침 자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종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경제적 요소와 자율과 책임 측면을 반영하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