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책 VS 책'
암병원 교수가 기록한 죽음의 순간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시한부 연인과 결혼한 남편 등
주어진 시간 어떻게 살아낼지 물어
인생 황금기에 난치병 찾아온 교수
'마음이 흐르는 대로'
진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삶의 주도권 회복한 과정 풀어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 흐름
마음이 흐르는 대로 / 지나영 / 다산북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이 전세계를 덮친 지 1년이 지났다. 백신이 나왔어도 여전히 기세등등한 코로나19는 여러모로 개인의 삶을 바꿔 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집콕 생활'이 늘었다는 것. 집에서 회의를 하고, 수업을 듣고, 모임을 가지는 풍경이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집콕생활은 우울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 속에서 바쁘게 살아온 이들일수록 코로나19가 가져온 적막함이 달갑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뜻하는 '안녕(安寧)'이라는 말이 단순한 인사치레를 넘어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와닿는 요즘, 여기 잠깐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의 삶에게 '안녕'을 묻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는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근 20년의 세월 동안 만나온 무수한 죽음들에 대한 기록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인생의 데드라인을 마주한 환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간다. 분노에 휩싸이거나,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희망과 웃음을 놓지 않는 이와, 삶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행복을 발견하는 이도 있다.
환자들의 이야기만큼 마음을 울리는 것은 가족들의 반응이다. 아이가 신지 못할 신발을 새로 사 유품과 함께 태워 보내는 부모,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연인과 결혼을 선택한 남편, 나아질 가능성이 없지만 어머니를 포기하지 못하는 자식 등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이가 보여주는 각양각색 이별의 방식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리는 마지막을 통해 저자는 결국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다산북스)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하고 최고의 의학 명문 존스홉킨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정신과 의사가 된 지나영 교수는 어느 날 벼락처럼 찾아온 난치병에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다.
이름도 생소한 '신경매개저혈압'이라는 원인 불명의 병은 극심한 두통과 신경과민증, 병적인 피로감을 유발했다. 스스로 앉아있을 수도 없게 된 저자는 끝내 그토록 열정을 쏟았던 의사와 교수로서의 일과 신혼의 단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험을 두고 저자는 "지나영이라는 고속열차가 큰 바위를 들이받은 듯 완전히 서버렸다"고 표현하는 동시에 "그때가 바로 메마른 내 생명을 풍성하게 해주는 '비 오는 날'이었다"고 회고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후에야 비로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내 진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각오를 통해 그는 다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돼 '죽음'이라는 주제를 관찰자와 당사자의 입장에서 풀어 쓴 두 책은 꼭 시리즈처럼 읽힌다. "세상과 작별하는 날, 당신은 지금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라는 지나영 교수의 질문은 김범석 교수의 그것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삶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백지 수표는 아니다.
인생이라는 선물에는 피할 수 없는 만기가 존재한다. 머지않은 언젠가 우리에게도 죽음이 삶에게 말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대는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그 삶은 사랑과 열정으로 충만했는가?" 그때 우리가 이렇게 대답할 수 있길 바란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따랐기에 한 점 후회도 없노라고."
한지수 교보문고 MD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