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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땅 거래 서너배 폭증" 계양·창릉 등서도 투기 정황 [현장르포]

3기 신도시 후보지
"갑자기 투자자 몰려들어 이상"
"매물 안보고 대거 사들이기도"
현지 중개업소들 전언 잇따라
LH본사 있는 진주 주소지 A씨
계양지구서 한달간 4건 매입도

"2018년 땅 거래 서너배 폭증" 계양·창릉 등서도 투기 정황 [현장르포]
지난 2018년 3기 신도시에 지정된 경기도 고양 창릉지구의 비닐하우스 농지 전경. 파이낸셜뉴스가 이 일대 토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신도시 지정을 앞둔 당시 LH 직원의 개발도면 유출사건이 터지면서 토지거래가 4배가량 급증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2018년 4·4분기 들어 갑자기 땅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평소 하루 2~4건의 토지매입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2~3배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제와서 보니 신도시 지정 정보를 사전에 알고 왔던 거 같다."(인천 계양동 공인중개소 관계자)

3기 신도시 대부분이 후보지 지정 직전인 지난 2018년 토지거래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투기 외에도 3기 신도시 전역에서 투기판이 벌어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동일인물이 무더기 투자에 나선 사례도 포착되는 등 개발정보가 사전 유출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계양, 신도시 지정 직전 거래 폭발

7일 3기 신도시 중개업소들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계양지구 일대 토지거래는 2018년 3월 44건이었지만 9월에는 254건으로 폭증했다. 이후 3기 신도시 지정 직전인 11월(139건)까지 토지거래가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발표 이후에 '그때 땅을 사라고 할 때 샀어야 했다'고 하소연하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도시 지정 발표 직전 토지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것은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에 나섰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인천계양에서는 모 국회의원 측근들이 땅을 많이 매입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파이낸셜뉴스가 인천계양지구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결과 투기를 의심할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계양지구 동양동에서는 지난 2018년 11월 총 8건의 토지거래가 있었는데, 그중 4건의 매도자는 LH 본사가 위치한 경남 진주에 주소지가 있는 A씨였다. 같은 주소지에 사는 B씨는 이듬해 인근 3기 신도시 지역인 부천대장지구에서 토지를 매입했다. 부부로 추정되는 A씨와 B씨는 각각 계양지구와 대장지구가 발표나기 직전 토지를 집중 매입한 셈이다.

외국인들의 투기 의심 사례도 나타났다. 부천대장지구에서는 중국인 A씨가 신도시 지정 직전인 지난 2018년 11월 부천시 대장동에서 토지를 매입한 게 토지 등기부등본에서 확인됐다.

부천시 오정동 A공인 관계자는 "3.3㎡당 3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밭 등이 신도시 지정 직전 점점 거래가 늘어나며 120만원까지 치솟았다"면서 "당시 어떤 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용인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매물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창릉·교산 등도 정보 유출 의심

고양 창릉신도시는 LH 직원의 도면유출 사건이 투기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창릉신도시 중심부인 용두동과 화전동의 거래를 보면 2018년 1월 12건, 2월 10건에 그쳤지만 4월 들어 44건으로 증가하더니 6월에는 62건까지 치솟았다. 이는 LH 직원이 내부 기밀자료였던 고양 원흥지구 택지개발 도면을 유출한 3월 직후 토지거래가 늘어났다는 게 현지 중개소들의 설명이다. 고양시 화전동 A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20년 이상 영업을 해왔는데 갑자기 말도 안되는 가격에 매매가 성사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주민들이 이런 거래가 많자 가격을 왜 후려치느냐며 화를 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하남교산의 경우 매년 20건가량이던 토지거래가 2018년에는 연 50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신도시 지정을 3개월 앞둔 2018년 9월에는 7건, 11월에는 8건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교산동 A공인 대표는 "하남은 신도시 1순위로 꼽히는 곳이었지만 교산동은 당시 거론되지도 않았고, 감북동이나 초이동이 늘 오르내렸다"면서 "전, 답도 아니고 임야 거래가 활발했다는 것은 사전에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실제 한 부동산개발회사는 2018년 7월 2172㎡에 달하는 교산동 임야를 사들여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 거주하는 14명에게 쪼개 팔았다. 5개월 후 이곳은 3기 신도시 부지로 지정됐다.

부동산개발정보플랫폼 지존 신태수 대표는 "3기 신도시 후보지 지정 직전 거래건수가 일제히 늘어났다는 것은 개발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는 거래에 대해서는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땅이란 것은 섣불리 사는 경우가 없는데 단기간 중복적으로 매입에 나선 사례가 있다면 의심할 만한 정황은 맞다"고 밝혔다.

aber@fnnews.com 박지영 김동호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