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 절차 중이던 하남교산
"기울어진 운동장" 전면 거부
광명시흥·남양주왕숙 등은
"토지수용 결사 반대" 올스톱 위기
3기 신도시에 편입된 경기도 하남 교산 공공택지지구 주민대책 위원회 사무실 앞에 토지수용을 반대하는 문구들이 나붙어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땅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3기 신도시 전역에서 사업 중단이나 취소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토지보상 절차에 돌입한 하남교산 대책위원회는 LH와의 보상 과정을 전면 보이콧했고, 지구 지정 당시부터 반대 여론이 많았던 광명시흥과 남양주왕숙 등은 아예 3기 신도시 전면 취소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들 3기 신도시 토지주들은 이번주 나올 정부 합동조사반의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 연대 규탄집회를 추진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LH 토지보상 못믿어"
8일 3기 신도시 토지주들에 따르면 하남교산 대책위는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투기 의혹이 터진 직후인 지난 3일 '주민요구사항'을 정리해 LH와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요구사항에는 이주자택지 위치, 대상자 선정시기, 대토보상 관련 내용을 담았다.
대책위 측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상 전면 보이콧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했던 하남교산 주민들은 보상기준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결정됐다는 주장이다. 하남시 춘궁동 A공인은 "신도시 택지 보상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전문가를 넘어 '꾼'들인 LH와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가 협상테이블에 앉는다"고 지적했다.
하남교산 대책위 측은 "토지 보상의 근거가 되는 감정평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넘어 사실상 LH가 정한 가격으로 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법상 토지보상은 객관성 제고를 위해 LH 외에도 주민대책위, 지자체가 감정평가업체를 추천하도록 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이라는 토지주들의 반응이다.
춘궁동 B공인 관계자는 "한 달은 족히 걸려야 하는 감정평가가 이번에 교산동 200만평을 감정하는 데 단 이틀 걸렸다"며 "LH 쪽에서는 오지도 않을 걸 보면 미리 얘기가 다 돼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교산은 토지, 건물, 지장물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직접 보상 중 지장물 보상을 전면 거부한 상태다. 교산 대책위 관계자는 "LH 이슈가 터지고 나서는 지장물 조사를 원천봉쇄했다"고 말했다.
■규명없인 3기 신도시 올스톱 위기
3기 신도시 결정 자체를 취소하라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남양주 왕숙2지구 대책위 관계자는 "LH와 지자체의 투기가 있었는지 자체 조사에 돌입했다"며 "이웃 땅 산 사람은 대충 안다. 비단 이런 문제가 광명시흥뿐이겠나"라고 말했다.
왕숙2지구는 아직 보상절차 전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여기 수용 지구에 있는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판이었는데 아예 전면 취소되면 좋겠다는 여론"이라며 "공공이라는 굴레를 씌워서 우리는 내쫓으면서 자기들은 정보를 이용해서 이익을 극대화한 상황에서 LH가 보상절차를 시작하자고 하는데 철저히 규명될 때까지 아무 합의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투기 의혹이 터진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도 토지수용을 결사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 박모씨는 "몇 십년을 살던 우리 땅을 수용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자기네는 투기를 수십, 수억원을 챙기고 우리땅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으라 하니 어떤 주민이 찬성하겠냐"며 "LH 투기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동호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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