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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혼돈의 시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fn광장] 혼돈의 시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혼돈의 시대에 혁신경영을 위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카리스마적 리더십일까, 이념적 리더십일까, 실용적 성찰의 리더십일까. 지난 2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학회·대한리더십학회·미래인력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온라인 동계학술대회에 초청받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혁신경영 리더십과 서애 류성룡 10계명'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코로나19 이후 일터의 뉴노멀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디지털 현장도 현장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워크의 확산으로 업무수행 장소와 시간과 방법이 변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직원들이 회사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10~20분 거리에 있는 거점 워크스테이션에서 일할 수 있도록 '디지털 워크 2.0'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유연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이 거대조직 단위 중심에서 팀 단위 중심으로 팀을 만들고 해체하는 애자일(agile) 팀화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자율주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장사업부, 모듈사업부, 서비스부품사업부 등으로 각 사업부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도록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확산으로 코로나 이후와 이전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으므로 기존의 성과관리 체계로는 성과분석이 어렵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른 인재관리가 절차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치우칠 수 있으므로 절차의 정당성과 미래의 잠재성도 아울러 평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사람의 뉴노멀은 자기주도성 회복이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해석을 통해 고객은 물론 조직구성원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업무와 학습이 팀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팀 단위의 일문화와 학습문화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중간관리자인 팀 학습리더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관리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구성원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이냐는 문제는 자기주도성 회복으로 풀어야 한다. 자기주도성이 회복돼야 비대면 상황에서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스스로 학습은 자기를 바꾸고, 일터를 바꿀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뉴노멀인 현장에서 답을 찾아 자기주도성을 회복시켜 위기를 극복한 정책사례가 우리 역사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공책(考功冊), 공명첩(空名帖) 그리고 면천법(免賤法)이다. 전쟁 준비에 참여한 사람들을 공책에 기록해 상을 준다는 고공책으로 도망갔던 백성들을 불러 모았다. 군량미를 약탈하던 적폐를 타파하고, 곡식을 자발적으로 내는 사람에게 종이 벼슬을 주는 공명첩으로 군량미를 확보했다. 왜군의 수급을 베어오는 천민들에게 양인 신분을 주는 면천법으로 백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전쟁이 끝나자 조정은 서애 류성룡 선생을 파직시키고, 그의 정책을 폐기해 백성들의 신뢰를 잃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은 실각 후 낙향하여 성찰의 리더십을 발휘, '징비록(懲毖錄)'을 집필했다. 임진왜란과 같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오늘날 필요한 혁신경영 리더십은 레토릭(rhetoric)으로 대중을 열광시키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아니고, 대중을 선동해 편을 갈라서 없던 적도 만들어 싸우는 이념적 리더십도 아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희망의 미래를 만드는 실용적인 성찰의 리더십이다.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