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공세에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의 연임에 의결권 '중립'을 결정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9일 회의를 통해 오는 12일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 연임에 의결권 중립을 결정했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으로 다른 주주의 의사결정 비율에 따라 의결권 방향을 정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연금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포스코 지분 11.7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일부 수탁위원은 "최 회장 취임 후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연임에 반대했다. 2017년 0건이었던 산업재해 사고가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누적 9건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방안은 수탁위 내 기준을 충족치 못했다. 수탁위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는 자,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대해 이사 선임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최 회장의 재임 동안 포스코의 실적이 좋았고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아 반대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립 의결권을 결정했다. 포스코 주총에도 국민연금이 참여, 주총 개최 자체는 원만하게 될 수 있도록 협조키로 했다.
수탁위는 최 회장 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안은 동의키로 했다.
앞서 지난 2월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포스코가 산업재해·직업병·환경오염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면서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투자 책임 원칙)를 제대로 시행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으로 포스코를 지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따라 최 회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민연금 외 주요 주주는 씨티은행(7.41%), 우리사주조합(1.68%) 순이다.
최 회장이 연임키 위해서는 출석 주주 과반수의 찬성을 확보해야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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