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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컬처’ 중심에 선 CJ… 디지털 기반 새 먹거리 찾는다 [신성장 동력 발굴하는 CJ그룹]

네이버와 6000억 주식교환 사업제휴
글로벌 시장서 K-콘텐츠 확산 기여 목표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PHA’ 등
화이트 바이오 시장 공략 채비
식품 인프라·물류 첨단화에도 박차
"패러다임 전환 통한 ‘혁신성장’강조
구조적 경쟁력·인재 확보 등 주력할것"

‘K 컬처’ 중심에 선 CJ… 디지털 기반 새 먹거리 찾는다 [신성장 동력 발굴하는 CJ그룹]
CJ그룹이 기술기업들과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사업구조를 진화시켜가고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홀로 성장하는 시대가 지난 데다 미래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개방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디지털 중심의 산업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한 내부 체질개선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전 사업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영입한 차인혁 CJ그룹 디지털최고경영자(CDO) 주관 하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꾀하는 한편 사업간 경계를 허문 융합, 디지털 기반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IT기업과 함께 신성장동력 발굴

10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총 6000억원 규모의 주식교환을 포함한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으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콘텐츠 분야에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의 인기 웹툰을 CJ가 영상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영화 '기생충', 드라마 '도깨비' 등 글로벌에서 검증된 제작 역량과 최고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가 7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팬덤이 확대되고 있다. 양사의 핵심 역량을 결합해서 만든 수준 높은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K-콘텐츠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양사는 공동으로 콘텐츠 투자 펀드도 조성한다. 앞으로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물류 분야에서는 택배 시장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 서비스가 네이버의 전략적 파트너로 본격 나선다. 양사는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e-풀필먼트 사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물류 인프라 공동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실감형·숏폼 콘텐츠 제작, e커머스 혁신 등을 함께 추진하는 한편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기술 등 미래유망 분야 추가 공동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CJ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개방적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사업화를 위한 벤처조직 스타랩스와 인공인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그룹의 강점인 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스타랩스가 개발하는 인공인간 네온(NEON)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동참하는 것이다. CJ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가상 인플루언서를 선정,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함께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CJ ENM은 올해 엔씨소프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콘텐츠·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화이트바이오 등 신사업 속도

주요 사업군별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미래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K-푸드의 세계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화이트 바이오(White Bio)사업의 본격적인 확대를 예고했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 등 생물 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산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화이트 바이오 주력제품은 해양에서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PHA'다. 최근 글로벌 이슈로 대두한 친환경, 필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향후 3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1등 수준의 미생물 발효기술 기반으로 우수한 품질의 PHA 양산에 성공한 CJ제일제당은 올해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에 전용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등 시장 공략 채비에 나섰다.

식품사업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K-푸드의 성장 가속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보몬트 생산기지를 본격 가동해 만두, 볶음밥, 면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 슈완스의 유통망을 활용, 미국 전역으로 파고 들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연매출 1조를 돌파한 만두 이외에 한식치킨, 햇반, 김치, K-소스, 김 등 한식 제품을 집중 육성해 차세대 K-푸드를 발굴하고, '비비고'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CJ대한통운 역시 물류 첨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곤지암 메가허브 터미널 등 독보적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e-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로봇 중심의 무인화 기술 개발 및 적용, 택배 분류 자동화 시스템, 화물선 도착시간 예측 시스템 등 AI·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서비스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J ENM은 '언택트 시대' 디지털 경험의 새 지평을 넓히며 K-팝, K-라이프스타일의 확산에 기여했다. 글로벌 한류 페스티벌인 KCON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7일 간의 온라인 축제로 기획된 '케이콘택트2020 써머'는 세계 150개 지역에서 유·무료 관객 405만명이 참여했다. 지난 8년간 열린 24회의 오프라인 '케이콘' 관객 수보다 3.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최초로 무관객, 언택트 방식으로 개최된 '2020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역시 볼류매트릭(실사 기반 입체영상)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글로벌 K-팝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TVING(티빙)'을 분사하며 디지털 콘텐츠사업 강화에 나섰다. 티빙의 유료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50.3% 증가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이 사용할 수 있는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출시했다. 지난해 네이버와 CJ그룹이 맺은 사업제휴의 첫 사례로 꼽힌다. 올해도 티빙은 콘텐츠 및 상품 가치 밸류업에 집중하고,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혁신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

CJ의 미래 대비 키워드는 '혁신성장'으로 모아진다.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최고 인재, 초격차 역량 확보와 미래성장기반을 강화하는 혁신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고,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경쟁사가 넘보지 못한 구조적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최고인재 육성과 확보, 도전과 혁신의 글로벌 일류문화 정착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그룹 내에 팽배하다"면서 "향후 30년을 향한 큰 변화의 첫 해라고 생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각오로 올해를 맞아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을 향한 담금질에 힘입어 향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3903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25.01% 증가한 1조7380억원, 2022년에는 1조9093억원, 2023년에는 2조485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