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을 약간 빗겨 있는 고원에 안반데기라는 마을이 있다. 해발 1100m에 위치한 이 마을에서는 맑은 밤 별이 빛나고 은하수가 흐르는 하늘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그리 대단할까 싶다가도, 이제는 어렸을 적 보던 밤하늘을 본 지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밝은 밤거리는 좋지만 도시의 가로등과 광고조명에서 새는 빛으로 허옇게 보이는 밤하늘을 볼 때마다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2018년에 어느 지역 모텔 3개소의 광고와 장식용 조명을 바꿔본 적이 있다. 램프에서 밖으로 바로 나오던 빛을 벽에 반사되어 나오는 방식으로 바꾸고, 깜빡이 조명은 덜 깜빡이게 바꾸었다. 그 결과 모텔 조명은 은은해지고 더 세련되어 보였던 기억이 있다.
물과 공기가 인류의 생존에 필수 요소인 것만큼 빛도 필수이다. 인류는 인공조명의 발명으로 원하는 만큼 빛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밤에도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극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문명과 문화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인공조명은 발전과 번영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공조명을 잘못 사용하거나 과다하게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빛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깜빡이는 광고조명으로 눈부심과 심리적인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도로를 비추어야 할 가로등이 논밭을 비추어 작물이 웃자라기도 한다. 필요 이상으로 밝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비추는 조명은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방해된다. 우리는 이러한 부작용을 '빛공해'라 부른다. 빛공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빛이 새거나 과하지 않도록 옥외조명을 올바르게 설치해야 한다. 설치할 때는 주변에 빛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효율이 높은 조명을 사용하거나 시간에 따라 빛을 자동으로 점멸하는 스마트조명을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으로 규제한다.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관할지역의 빛공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아예 법률로 근거를 두었다. 바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다. 이 법은 빛공해가 많거나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지자체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하고 빛공해에 대한 기준과 방지대책 등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광역시와 도는 전체 17곳 중 6곳에 불과해 나머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의지가 요구된다.
이미 관리구역을 지정한 지자체들은 빛공해 관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최초로 지정한 서울시는 2014년에 비해 2020년 빛방사허용기준 초과비율이 보행자길 등에 설치되어 있는 공간조명은 약 49%, 건축물 등을 장식하는 장식조명은 약 33% 감소하였다.
빛공해 방지는 인공조명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빛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과도하거나 잘못된 빛은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역주민과 지자체, 전문가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 제정된 지 햇수로 10년째에 접어들었다. 지자체들이 빛공해가 잘 관리된 지역의 미래상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김훈 강원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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