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게임사 면접에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하는 듯한 질문을 받았다며 부당함을 제기한 네티즌 A씨 글 캡쳐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으로 불리는 국내 대형 게임사 중 한 업체 면접에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당했다는 지원자의 폭로가 나왔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티스토리에는 ‘대기업 게임 회사 3N의 비인간적 사상 검증 면접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 A씨는 최근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적인 질문을 해 논란이 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신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생각을 검증하는 듯한 질문을 받아 난처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당신이 결정권자라면 SNS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이슈가 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게임에서 지우겠냐, 안 지우겠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회사 조직 편의성을 위해 협업 직군 직원을 해고할 것인지, 남의 밥줄을 쥐고 흔들어보라는 비인간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계신 것”이라며 “그림을 지울지 말지 정하는 건 제 지원 직무인 ‘시나리오’ 직무와 관련이 정말 하나도 없고 단순히 사상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시나리오는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주시는 아트(디렉터)님들께 항상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써야 하는데 면접 단계부터 벌써 직군 사이를 와해시키지 말아달라”며 “(앞으로) 면접에서 이러한 질문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요구드린다”고 당부했다.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트위터에도 올리면서 1만명 이상이 공유하는 등 공론화됐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했다는 사례들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넥슨의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 작업을 한 성우가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교체당한 사건 등에 대한 진정을 2018년 11월 접수해 검토했다.
이후 인권위는 2년 만에 문체부에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권고하는 동시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도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시 업체 선정기준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프리랜서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견만 표명하고 조사 요구 자체는 각하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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