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생중계에도 900명 몰렸다… 취업제한 반대 목소리도 [현장르포]

수원 주총장 가보니
초등생부터 70대까지 입장 줄이어
동학개미 수준높은 질의에 후끈
사외이사 80% 찬성률로 재선임

삼성전자가 17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900여명이 참석해 동학개미 열풍을 실감케 했다. 총회 참석을 위해 부모님 손을 잡고 온 미취학 아동부터 70대 노인까지 주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원(경기)=김서원 기자】 삼성전자가 17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주주총회에는 남녀노소 동학개미 900명이 모여 '215만 국민주'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날 주총장에선 주주자격으로 참여한 시민단체와 일반주주들 사이에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설전도 벌어졌다. 다수 주주들은 이 부회장 해임을 요구한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측의 요구에 반대 의사를 쏟아내며 견해차를 보였다.

일반주주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시민단체의 '취업제한 요구'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19일 정기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주주들은 이에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한 주주는 "외부의 독립적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냈다. 이 때문에 이날 시민단체들이 '이재용 부회장 감시가 소홀했다'며 재선임을 반대했던 사외이사들은 80%의 높은 찬성률로 재선임됐다.

■동학개미 몰려 작년의 2배

이날 주총장에 모인 인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진행된 주총에 400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았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맞춰 주총장 인원을 1200명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주총 시작 시간인 오전 9시가 넘어서도 주주들의 입장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미취학 아동부터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 동학개미의 핵심 축 2030세대, 지팡이 짚은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며 삼성전자 주총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아내와 함께 주총장을 찾은 60대 남성은 "작년부터 얼마 안 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면서 "사업현황 내용은 잘 모르지만 한번 찾아와 봤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아침 일찍 자리 잡은 40대 여성은 "등교를 안하는 날이라 아이들에게 현실감 있는 사회경제 공부도 시켜줄 겸 해서 주총장에 왔다"고 전했다.

■초격차전략 우려 질문도

이날 주총에선 전문가 수준의 질의도 나와 각 사업부문 대표들이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한 개인투자자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추격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 파운드리는 선두업체에 비해 시장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하는 캐파(생산능력)와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첨단 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뜨거운 감자였던 오너의 취업제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미래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은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코로나19 방역 총력전

삼성전자 주총장은 코로나 방역 총력전을 방불케 했다.

삼성전자는 수원컨벤션센터 1층과 3층으로 나눠 주주 입장을 도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에 나섰고, 뜨거운 열기에 약 400명 규모의 3층 주총장은 주총 30분 전 입장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직원들은 이른 오전부터 주총장 입구에서 방역을 위한 소독작업에 나섰다.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건물 입구엔 구급차 2~3대가 대기했고,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상주하는 건강확인소도 설치됐다.

[e-mail]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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