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종이 시대 대비 먹거리 확보
철보다 강한 '나노 셀룰로오스'
철강·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각광
해외선 펄프 응용 식품·섬유 나와
제지업계가 펄프 기반의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와 각종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종이 사용량이 줄어드는 '탈(脫) 종이 시대'에 들어서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소재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중이다. 특히, 종이 원료인 펄프는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이 가능한 잠재력 등으로 차세대 신소재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무림P&P와 한솔제지는 펄프를 이용한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펄프를 이용한 신소재 중에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산업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큰 '나노 셀룰로오스'다. 이 소재는 친환경 고분자 물질로 무게는 철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강하다. 또한 내열성과 내습성이 강해 자동차·식품·의류·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나노 셀룰로오스는 이 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향후 플라스틱과 철강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무림P&P는 펄프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CNF)'를 이용해 현재 기능성 필름, 복합소재, 포장용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무림 관계자는 "무림P&P는 국내 제지업계 중 유일하게 펄프를 자체 생산하고 있어 기술과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림P&P는 또 CNF의 경량성, 내구성, 친환경성에 주목해 기존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자동차 대시보드, 도어트림을 나노 셀룰로오스 소재로 대체하는 정부 과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또 라면이나 과자 등 식품 포장에서 쓰이는 필름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솔제지도 나노 셀룰로오스 개발에 성공해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품 생산업체 티앤엘에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나노 셀룰로오스를 자동차 내장재·가구용 코팅재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솔제지는 나노 셀룰로오스를 자동차 부품, 전지 분리막, 필름 등 산업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유망 신소재인 나노 셀룰로오스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현재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노 셀룰로오스 외에도 펄프를 이용한 신소재는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무림P&P는 최근 펄프를 주성분으로 한 우드플라스틱(WPC) 옷걸이를 상용화했다. 한솔제지도 펄프 기반 신소재 '프로테고'를 식품 포장재 등에 적용하고 있다. 프로테고는 '2021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펄프를 이용한 친환경 신소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지업계의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 개화 단계"라며 "친환경성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 충분해 제지업체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펄프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펄프를 식품과 섬유에 응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일본의 오미켄시는 펄프에서 바이오글루텐을 추출해 곤약과 혼합해 다이어트 국수를 만들었고 노르웨이의 보레가르는 펄프에서 '리그닌' 성분을 추출해 바닐린 향료를 개발했다. 오스트리아의 렌징은 펄프로 친환경 소재인 라이오셀을 개발해 각종 의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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