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2021년 리프린트). 가나문화재단 제공
천경자(1975년). 가나문화재단 제공
장욱진(1975년). 가나문화재단 제공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한국의 미술가를 비롯해 한 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로 그려낸 문선호(1923~1998).
그는 1970년대부터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꾸준히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지속해왔다.
원래 화가였던 문선호는 1950년대 중반 무렵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후 75세를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사진 작업에 매진했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라는 평가에 걸맞게 그의 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한국 미술인들과의 친분과 우정으로 이어졌고 그들의 모습을 화상에 담아냈다.
24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문선호 회고전 '사진, 사람을 그리다'는 지난 2004년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개최됐던 전시와 동명의 타이틀로 열린다.
작품은 크게 2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됐다.
1층 본전시장은 한국 미술계에서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예술가들과 대중의 관심을 받은 문인, 방송인, 성악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의 모습을 담은 180여점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제2전시장에서는 인물사진뿐만 아니라 문선호의 강렬한 예술 의지가 투영된 순수 작업 20여점과 도록,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카메라 등의 자료들이 함께 전시돼 작가의 생애와 작품 전반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돌아보면 김창열과, 박서보, 장욱진, 천경자 등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장들의 과거를 몰래 엿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동시에 피사체를 향한 작가 문선호의 시선과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윤정희와 이순재, 최불암 등 원로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들여다 보는 동시에 그가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길에서 만난 어린이, 어부, 승려, 노동자 등 평범하지만 본업에 충실한 인물들을 포착한 사진들은 문선호의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전시는 4월 5일까지.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