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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발 후폭풍...韓 LNG추진선 반사익 보나


수에즈발 후폭풍...韓 LNG추진선 반사익 보나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일주일간 좌초됐던 파나마 국적 화물선 에버 기븐(가운데)호가 29일(현지시간) 예인선에 이끌려 나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완전 부양에 성공했지만 막대한 피해를 남기면서 한국 조선사의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 수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이날 ‘에버기븐(Ever Given)호’ 완전 부양에 성공했다며 운하 통항 재개 소식을 알렸다. 업계는 이번 사고가 국내 LNG선 발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건조사에 대한 기술 우려를 야기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당 선박은 일본 조선업계 1위인 이마바리조선이 지난 2018년 건조한 2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SCA는 컨테이너선 좌초와 관련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은 아니며, 기계 또는 사람의 실수가 사고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에버그린 측은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으로 선박이 항로를 이탈해 좌초됐다"고 밝혔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사고는 선박 설계과정에서 선체가 받게 될 풍향과 풍속을 고려해 요구되는 추진속도 등 일본 조선사의 기본설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선주들에게 각인시켰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은 잦은 고장으로 이미 익숙해져버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에즈 운하에서는 개방형 스크러버를 가동하는 선박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에버 그린'호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 저황유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연료특성 차이로 추진엔진이 손상돼 추진력을 잃었을 수도 있다"면서 "주요 교통로에서 저황유를 사용해야 하는 중고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기술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크러버는 선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을 정화하는 장치로 폐쇄형, 개방형, 하이브리드형이 있다. LNG추진선, 저유황유 사용과 함께 IMO 2020(선박 연료유 황산화물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감축) 대응책 중 하나로 꼽힌다.
개방형 스크러버는 바닷물로 배기가스를 씻어낸 뒤 다시 배 밖으로 배출하다보니 새로운 해수 오염을 만들어낸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결국 운항을 위해선 LNG로의 빠른 연료 전환이 가장 실용적인 방안으로 고려되며, 국내 조선업계가 LNG추진선 수주를 독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 회복 초입기에 선주들의 건조사 선정 기준이 선가가 아닌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