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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난' 박철완 결국 해임...3%룰에 한타는 조현식 '판정승'

주총 최대 화두는 경영권 분쟁과 ESG
주요기업 주총안건, 대부분 사측 승리
큰 이변 없지만..3%룰 활용 첫 사례 등장

[파이낸셜뉴스] 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경영권 분쟁'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최대 이슈가 부상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은 금호석유화학의 '조카의 난'과 한국타이어의 '형제의 난'이 대표적이다. 금호석화의 경우 주총 표 대결에서 박찬구 회장의 승리로 끝나면서 박철완 상무의 해임으로 막을 내렸다. 또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개정안이 주총에 처음 적용돼 '3%룰'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장남 조현식 부회장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아울러 삼성, 현대, LG 등 국내 굴지의 그룹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앞다퉈 ESG 경영 체계를 갖추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했다.

■한타 3%룰 위력...금호석화 반란 실패
3월 31일 상장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12월 결산법인 773개 중, 759개가 주총을 마무리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화제는 경영권 분쟁이었다. 지난해 개정된 상법으로 올해부터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게 되면서 그간 실효성이 없었던 '3%룰'이 대주주를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부상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 차남 조현범 사장,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에선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승리하며 실질적으로 조 부회장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3%룰'(의결권 3% 제한)을 이용해 더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한국앤컴퍼니 감사위원에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에서 3%룰로 대주주가 반대하는 측의 감사위원이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선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상무가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3%룰에 희망을 걸었지만 실패했다. 박 상무가 사내이사 진입에 실패하면서 큰 이변이 없이 박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앞서 박 회장 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하면서 표 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완패한 박 상무는 회사측으로 부터 해임을 통보 받으면서 또다른 분쟁의 서막을 알렸다. 박 상무는 이날 입장문에서 “개인 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서 진정성을 갖고 제안한 내용들을 사측이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단정짓고 사전에 어떤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퇴임 처리했다”며 “폐쇄적인 문화와 거버넌스에 큰 개혁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제 주주제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데 사측이 경영권 분쟁으로 호도하며 퇴임시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이번 주총시즌을 앞두고 외국계 헤지펀드나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주도한 '반란'은 대부분 이변 없이 사측의 승리로 끝났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이자 국민연금 공식 자문사 ISS가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선임과 LG그룹의 계열분리에 반대했지만 모두 사측의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재선임됐다. (주)한진은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제시한 1주당 1000원 배당, 이사 최대 정원 증원 등의 안건이 모두 부결 사측이 방어에 성공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선 대부분 사측의 안건이 무리 없이 승인됐지만, 감사위원분리선임에 3%룰을 활용한 승리 사례가 있었다"면서 "내년부터는 더 많은 주주총회에서 이를 이용한 경영권 분쟁이나 외부 세력의 공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SG 본격개막, 대기업들 조직 신설
올해 주총을 기점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ESG를 경영에 본격 도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징적인 의미에서 ESG를 강조했다면 올해부터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재들을 영입해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ESG 위원회 역할을 대신하는 지속가능경영 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 위원회로 바꿔 ESG 관련 역할을 맡겼다. LG그룹도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두고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로 운영키로 했으며,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모두 ESG 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했고, ㈜한화도 ESG 가치 창출을 위해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밖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포스코 등도 ESG 위원회를 만들었다. 일찌감치 ESG를 경영에 도입한 SK그룹은 가장 앞선 모양새를 갖췄다. 지주회사인 SK㈜가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면서 대표이사 평가 권한까지 부여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