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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5단체 “문학 분야 소외”...정부 지원정책 비판 성명

문학 5단체 “문학 분야 소외”...정부 지원정책 비판 성명
문학 5단체(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문학 5개 단체는 3월 31일 '문학생태계 복원을 바라는 문학 5단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문학인들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 상황에도 많은 작가들이 바이러스로 지친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창작에 몰두하고 비대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지만 문학인들의 노력과는 달리 재난 상황에 놓인 문학인들 환경을 살펴야 할 정부의 인식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계획에서 문학 분야에 배정된 기금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붙들고 있던 많은 문학인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더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형평에 맞도록 나누자고 하는 요구마저도 거부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문학생태계 복원을 바라는 문학 5단체 공동 성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장악한지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사람들 사이의 밀접한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재앙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이 미증유의 재난은 그 기간 동안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다. 사람들이 함께 하던 모습은 낯선 것이 되었고 서로를 환대하던 우리의 얼굴은 마스크의 이면으로 사라졌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영역에서 격리된 채 불안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고립이 깊어질수록 우리가 문학에 더욱 기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문학은 사람들을 가로지르는 어둠의 격벽 저편에 우리와 같은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마주하지 않아도 서로와 함께 있음을 확인하는 이 정서의 연대는 우리를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이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작가들이 바이러스로 지친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창작에 몰두하고 비대면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문학인들의 이러한 노력과는 달리, 재난 상황에 놓인 문학인들 환경을 살펴야 할 정부의 인식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한 ‘코로나19 문학 분야 피해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작가의 65% 이상의 작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창작 및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전전 해인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술인 연평균소득 조사에서 문학인은 연수입이 549만원으로, 예술인 평균소득 1,281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된 지금, 문학인들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예술가로서의 품위 유지는커녕 최소한의 인간 생활 조건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문화예술진흥기금운용계획에서 문학 분야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예술 생태계 복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 1569억에서 문학 분야 배정 예산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다양한 예술장르를 고르게 지원함으로써 예술발전을 드높이겠다고 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계 코로나 극복을 위해 추가로 편성한 기금 351억에 문학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는 문학인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나, 문제는 이 암울한 상황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최근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계획에서 문학 분야에 배정된 기금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붙들고 있던 많은 문학인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더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형평에 맞도록 나누자고 하는 요구마저도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이와 같은 홀대는 그동안 한국 정신문화의 기저를 지탱해온 문학 생태계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문학인들도 곳곳에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문학인은 한 사회의 윤리적 척도이자 이른바 곡비로서 우리 시대의 가장 어려운 곳에서 가장 먼저 울고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사람이다.
감염병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 곁에서 함께 울며 힘을 북돋고 있는 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는 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재난 극복이란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그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견디는 게 백신이라면 사회 불안과 절망이라는 바이러스를 버텨내는 건 문학과 문학인들의 상상력이기도 하다.

2021. 3. 31

(사)국제펜한국본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국소설가협회, (사)한국시인협회, (사)한국작가회의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