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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잘빠지는 역세권 "글쎄"… 빌라촌된 준공업지 "환영" [현장르포]

반응 엇갈리는 ‘영등포역’·‘창2동’
낙후돼 보여도 상가 많은 영등포역
"고층빌딩 올리면 모를까, 반대 클것"
공장시설 사라지고 주거화된 창동
"재개발 필요… LH주도는 못 믿어"

월세 잘빠지는 역세권 "글쎄"… 빌라촌된 준공업지 "환영" [현장르포]
3월 31일 2·4 주택공급 대책의 첫 도심고밀개발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영등포 역세권(왼쪽 사진)과 창2동 주민센터 인근 전경. 영등포역 역세권은 상가 밀집지역 특성상 사업 추진에 회의적인 반면, 노후 빌라촌이 많은 창2동은 공공개발을 환영하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박지영 김동호 기자
월세 잘빠지는 역세권 "글쎄"… 빌라촌된 준공업지 "환영" [현장르포]
3월 31일 2·4 주택공급 대책의 첫 도심고밀개발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영등포 역세권(왼쪽 사진)과 창2동 주민센터 인근 전경. 영등포역 역세권은 상가 밀집지역 특성상 사업 추진에 회의적인 반면, 노후 빌라촌이 많은 창2동은 공공개발을 환영하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박지영 김동호 기자
"1년에 임대료로만 1억원 넘게 받고 있는데 미쳤다고 개발에 동의하겠습니까. 영등포역 대로변 빌딩처럼 올리게 해주지 않는 이상 찬성할 리 없습니다."(영등포동 주민 김모씨)

2·4대책 일환으로 노후도심을 공공 주도로 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1차 후보지 가운데 최대 규모인 서울 영등포역 역세권(9만5000㎡, 2580가구) 일대는 선정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일단은 세부 용적률과 인센티브를 따져봐야 하지만 이곳은 상가가 많은 곳인 만큼 쉽사리 추진되기 힘들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저층 주거지나 준공업지역이지만 빌라촌에 가까운 창2동은 개발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는 등 지역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영등포역세권 "상가 많아 반대 클 것"

3월 31일 영등포역 뒤편인 2번 출구로 나가자 음식점을 비롯한 각종 상가가 즐비했다. 영등포역 고가도로를 사이로 후보지 두 블록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였는데, 낡은 고가와 지상철도로 인해 다소 낙후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등포동 A공인 관계자는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추진위도 없을 정도로 개발에 대한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곳"이라면서 "오히려 주변 주거지역인 도림동이나 신길동의 경우 재개발 후보지로 많이 거론됐는데 이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다니 의외"라고 전했다.

다만 역세권 특성상 상가가 즐비한 점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지에 건물을 소유한 김씨는 "1년에 1억 넘게 월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물을 내놓고 아파트를 받으라고 하면 받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대부분 건물주들이 나이든 사람이 많아 월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사정은 다들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동 B공인 관계자는 "상가뿐만 아니라 주거지역도 역세권이라 월세가 잘 빠지는 상황에서 건물주들이 찬성할지 모르겠다"면서 "아예 상업지구로 용도변경을 해서 용적률을 600% 이상으로 올려 영등포 대로변처럼 높은 빌딩을 세울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닌 이상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낼지 미지수"라고 예상했다.

■'준공업지역 무색' 창동 "개발 환영"

이날 함께 후보지로 선정된 곳 중 유일한 준공업지역인 도봉구 창2동은 공장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준공업지역인 것이 무색하게 새로 지은 빌라들이 구축 빌라와 함께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주요 후보지 사례를 소개하며 "창2동은 준공업지역인데도 산업시설 없이 모두 주거화된 이후 정비되지 않은 곳"이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았다. 창2동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건물 지하에 양말공장이 많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람들이 월세를 얻어 생활했는데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지난해부터 신축 빌라가 많이 들어서며 최근 전용면적 47㎡ 신축빌라가 3억3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의아해하면서도 반기는 분위기였다. 신축빌라가 많이 들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오래된 빌라와 주택이 많아 개발 필요성이 높아서다.


상점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재개발이 꼭 필요한 곳인데 2006년부터 재개발 소문은 돌고 한 번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민간보다 30%의 수익을 더 준다는 건 못 믿겠지만 일단 용적률을 높여준다고 하니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민 박모씨는 "개발을 통해 집값이 오른다면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소유권을 가져가는 건 싫다. 최근 문제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것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