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三人成虎(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거짓말도 여러 명이 하면 믿게 된다는 뜻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소위 ‘아니시에이팅’으로 시작한 정치질은 거짓을 진실로 만든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최근 중국의 파상적인 동북공정 공세와도 닮아있다. 갓, 김치, 아리랑이 모두 자기네 것이란다. 심지어 한글까지 중국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판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중국은 마치 워해머 40k 라는 유명게임에 나오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황제’처럼 보일 지경이다.
문제는 이들의 방식이 생각보다 치밀하다는 점이다. 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오모당’이라는 인터넷 댓글 부대를 통해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저명한 학자들은 그 주장을 실제로 포장한다. 특정 분야에만 침투하지도 않는다. 드라마, 활자, 음식, 예술, 문화 등 전방위적이다.
가장 걱정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게임이다. 게임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이용자가 그 내용에 동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토리만 있어도 기억에 오래 남는데, 게임은 이를 시각화까지 한다. 또한 유저의 의지로 게임 내 구축된 장소 곳곳을 오갈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속 세계관과 지형이 이용자의 뇌리에 깊게 새겨진다. 나만 해도 그렇다. 일본 게임을 종종 플레이하다 보니 일본 전국시대 갑주의 형태는 머리 속에 쉽게 그려진다. 반면 백제 갑주의 형태는 알 도리가 없다. 이처럼 게임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게이머의 무의식에 효과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게임을 동북공정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여러 게임이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리그오브레전드(LoL)'에 새롭게 등장한 '세라핀'이라는 중국 국적의 캐릭터 밀어주기 논란이었다. 11월에는 ‘샤이닝 니키’라는 게임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게임 내 우리 전통 문화 요소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이어 ‘SKY 빛의 아이들’에서는 우리 갓이 명나라의 것이라고 생떼 부리는가 하면,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우리 설날 기념 스킨을 두고 중국의 것을 베꼈다며 시비를 걸었다. 심지어 설날이 아닌 중국식 춘절로 표기해야 한다는 억지주장까지 이어졌다. 불과 며칠 전에는 ‘배틀그라운드’에 업데이트된 우리 전통검의 영문 표기가 중국식 발음으로 쓰여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리해보면 게임 동북공정 논란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게임사가 주도하는 케이스다. 게임 속 콘텐츠에 우리 전통 요소를 중국의 것으로 둔갑시켜 이용자들에게 틀린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중국 네티즌들이 조직적으로 나서는 유형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 콘텐츠를 자기네 고유의 것이라며 끊임없이 항의하는 방식으로 논란화 시킨다.
게임사가 논란을 주도하는 경우에는 우리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 중국 게임사가 우리 이용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그냥 두는 것은, 우리 역사가 오염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문화체육관광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교부와 힘을 모아야 한다. 다행히 20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부 등 다른 부처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이다. 중국 네티즌들이 조직적인 비난을 하는 경우에는 우리 이용자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공론화시켜야 한다. 우리가 흥미를 잃거나 제 풀에 지쳐 관심이 적어지는 순간, 우리 고유 문화는 중국산으로 둔갑하고 말 것이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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